박기덕 대표 기자회견서 밝혀
시세조정·시장교란 등 소송키로
경영권 방어위해 모든 방법 강구
"국민연금 결정, 믿고 기다리겠다"

고려아연이 영풍·MBK파트너스(MBK 연합)에 대해 시세조정과 시장교란 문제를 제기하며 법적 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고려아연은 영풍·MBK가 공개매수로 확보한 고려아연 지분 5.34%의 적합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는 22일 서울 종로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영풍·MBK가 시세조정이나 시장 교란에 대해 법적인 검토에 들어갔다"며 "수사와 조사를 통해 시장질서 교란이 규명되면 영풍·MBK의 공개매수는 적법성과 유효성에 중대한 법적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지난 17일 금융당국에 '단시간 주가 급락 미스터리'에 대한 시세조종 행위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요구했으며, 이에 대한 진정서를 조만간 제출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검찰 측에도 영풍·MBK의 시세조정·시장교란 등에 대한 수사를 요청하기로 하고 관련 내용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고려아연이 의혹을 제기한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와 관련해 두 번의 가처분 신청을 해 투자자들의 정상적인 판단을 방해했고, 영풍·MBK의 공개매수 마지막 날(14일)엔 주가가 갑자기 떨어져 의도적으로 시세를 조정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영풍·MBK는 연이은 가처분 신청을 일단 제기해 두고, 결정이 날 때까지 일방적 주장을 유포해 시장에 불확실성과 혼란을 불어넣어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했다"며 "이에 주당 6만원이나 더 높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 매수에 청약하는 대신 MBK의 공개 매수에 응하도록 유인하고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은 주가조작, 사기적 부정거래 등 시장교란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는 가처분 분쟁 없이 정상적으로 진행된 영풍정밀 공개매수 상황과 비교할 때 극명하게 대비되는 것"이라며 "(영풍·MBK 공개매수에 응한)5.34%의 주주들이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됐는지는 이유를 더 정확히 아실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MBK는 2차 가처분이 모두 기각된 고려아연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관련해 본안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MBK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2차 가처분에 대한 판결문에는 '배임에 해당한다거나, 이사의 충실의무 또는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은 본안에서의 충실한 증거조사와 면밀한 심리를 거쳐 판단될 필요가 있다'고 적시했다"며 "이는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배임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명백히 증명되지는 않았다는 것이지, 위법성이 없다는 판단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주주들이 영풍·MBK의 공개매수에 참여한 것은 최윤범 회장의 전횡으로 고려아연 기업 거버넌스가 훼손됐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가 하락했다는 최대주주의 진심어린 우려를 지지해주셨기 때문"이라며 "주주들의 현명한 판단까지 폄훼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MBK의 입장에 박 대표는 "저희도 법적으로 대응하겠다. 두 차례의 가처분 신청이 완전히 기각됐다는 사실은 변함없다"고 자신했다.

표 대결 시 캐스팅보트로 여겨지는 국민연금의 경우 김태현 이사장이 지난 18일 국정감사에서 이번 경영권 분쟁에 대해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국민연금 판단의 예상은 힘들다"면서도 "장기적인 성장과 수익률 제고 등을 관점으로 판단한다고 하셨으니 이를 믿고 기다리겠다"고 언급했다.

한편 고려아연 측의 영풍정밀 공개매수는 성공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지분 1.85% 지분을 들고 있는 영풍정밀은 그대로 고려아연의 우호세력에 서게 됐다. KB증권은 이날 홈페이지에 제리코파트너스의 영풍정밀 기명식 보통주식에 대한 공개매수 배정결과를 공지했다. 대상주식수는 최대 551만2500주로 총 발행주식의 35%다. 공개매수 대상주식수 대비 청약 비율은 0.996대 1을 기록해 사실상 목표 물량을 모두 채웠다.

제리코파트너스는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이번 결과에 따라 영풍정밀 경영권을 지키게 됐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해 이번 경영권 분쟁 향방의 핵심으로 지목됐다.

이는 지난 14일 종료된 MBK의 영풍정밀 공개매수가 실패로 돌아가 예견된 결과였다. MBK는 지난 14일 공개매수 마감 결과 목표 물량의 0.01% 수준인 830주 획득에 그쳤다.

제리코파트너스는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를 3만5000원으로 제시해 MBK(3만원)보다 5000원 높게 설정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가 22일 서울 종로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영풍·MBK 연합에 대해 시세조정과 시장교란 의혹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가 22일 서울 종로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영풍·MBK 연합에 대해 시세조정과 시장교란 의혹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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