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마주 앉았다. 정진석 비서실장이 배석한 가운데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앞 야외 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오후 4시 54분부터 1시간20분동안 면담을 가졌다. 지난 7월30일 정 비서실장이 배석한 채 약 1시간 30분간 비공개로 만난 이후 약 두달반 만이다. 하지만 이날도 윤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 논란 및 의료 대란과 관련한 구체적 대책을 내놓지 않아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박정하 국힘 당대표 비서실장은 회동 후 가진 브리핑에서 한 대표가 이날 윤 대통령에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한 3대 요구와 특별감찰관 요청, 개혁에 부담되는 이슈에 대한 선제적 해소, 여야의정 협의체 조속한 출범 등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이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는 (저로서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그동안 용산측에 김 여사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김 여사 관련 의혹 해소를 위한 적극적인 협조 등 '3대 요구사항'을 공개 요구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단독 행보에 대해선 신중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했지만, 대통령실 인적쇄신이나 의혹 규명을 위한 절차 협조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에선 국민들이 기대하는 액션은 나오지 않았다. 김 여사와 의료 대란 문제가 국정을 삼키는 블랙홀이 된지 오래인데도 용산이 아직까지 구체적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용산이 여전히 상황을 안이하게 보고 있지 않은가라고도 볼 수 있다.
그간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을 되돌아보면 초기 단계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을 "큰 문제 없다"며 차일피일 미루다가 가래로도 못막을 상황을 만든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의료 대란도 한번에 과도한 의대 정원 증원 비판이 나왔을때 의료계와 협의를 통해 풀 수 있는 이슈였다. 김 여사 문제도 잘못한 게 있었다면 진즉 사과하고, 제2 부속실 설치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했다. 민심은 폭발 직전이다. 용산은 이번 만남을 계기로 김 여사와 의료 대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 행동에 즉각 나서야 한다. 당정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것은 윤 대통령은 물론 한 대표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만남 역시 면피성으로 끝나면 국민 신뢰를 완전히 잃을뿐 아니라 국정 난맥상을 수습할 수 없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