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이전 서비스, 유리한점?
실물이전 서비스는 퇴직연금가입자가 기존 운용 상품을 매도하지 않고 퇴직연금사업자만 바꿔 이전할 수 있는 제도다. 예를 들며 A금융에 가입한 퇴직연금을 조건이 유리한 B금융사로 그대로 옮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금감원은 그동안 오는 15일 조기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시스템 구축 및 테스트를 진행해왔다. 다만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추가 테스트 기간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의견을 반영, 이달 말 서비스를 개시하기로 했다.
현행 시스템에선 퇴직연금 계좌를 타 사업자로 이전하려면 기존 상품을 해지해야 했다. 이에 따른 중도해지 금리 등 비용이 발생하거나, 펀드 환매 후 재매수 과정에서 손실이 나는 등 가입자의 손실이 불가피했다.
퇴직연금 계좌 가입자들이 퇴직연금 실물이전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는 수익률 향상과 다양한 투자옵션 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은 가입자가 선택한 상품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크기에, 수익률이 낮은 금융사를 이용하고 있다면 실물이전을 통해 수익률이 더 높은 금융사로 갈아타기해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절차는 어떻게 진행될까.
실물이전 형태로 퇴직연금 계좌를 이전하려는 퇴직연금 가입자는 새롭게 계좌를 옮기고자 하는 퇴직연금사업자(수관회사)에서 퇴직연금 계좌를 개설한 후 이전신청서를 접수하면 된다. 계약이전 신청을 받은 사업자는 실물이전 가능 상품 목록 등 유의 사항을 가입자에게 안내한다. 가입자의 이전 여부에 대한 최종 의사 확인을 거친다.
신탁계약 형태의 원리보장상품(예금, GIC, ELB·DLB 등), 공모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 주요 퇴직연금 상품은 대부분 실물이전이 가능하다. 다만 동일한 제도 내에서만 이전할 수 있다.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같은 제도 안에서만 옮길 수 있다. 가입자가 운용 중인 상품이 실물이전 대상에 해당하더라도 이전을 희망하는 사업자가 동일한 상품을 취급해야 실물이전이 가능하다.
리츠나 머니마켓펀드(MMF),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상품은 지금처럼 현금화해 이전해야 한다. 퇴직연금 운용 상품의 특성, 계약 형태에 따라 실물이전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금융사가 고객의 별도 지시 없이 자동으로 운용하는 디폴트옵션 상품과 퇴직연금(자산관리) 계약이 보험계약 형태인 경우, 사용자가 운용관리업무와 자산관리업무를 각각 다른 사업자로 지정한 언번들형 계약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고용노동부와 금감원은 가입자의 편의를 위해 보유한 상품의 실물이전 가능 여부를 조회할 수 있는 '사전 조회 기능'을 이른 시일 내 공개할 예정이다. 서비스가 도입되면 사업자 간 경쟁이 활발해지고 퇴직연금 수익률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에는 총 37개사가 참여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실물이전 서비스로 400조원의 거금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한다. 은행들은 사활을 걸고 '고객 유치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3년 퇴직연금 적립금은 382조4000억원에 달한다. 2011년(49조9000억원) 대비 약 8배로 올해 말에는 430조원으로 예상된다. 오는 2026년 말이면 적립금이 50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상반기말 기준 41개 퇴직연금사업자가 305개 상품을 판매·운용 중이다. 1년 이상 운용된 디폴트옵션 상품의 연 수익률은 10.8%를 기록했다. 적립금이 많은 금융사로는 △KB국민은행 6조778억원 △신한은행 5조8268억원 △IBK기업은행 4조8845억원 △하나은행 3조4184억원 △NH농협은행 3조3398억원 △우리은행 2조6353억원 등 6대 은행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위험등급별 수익률은 증권사와 보험사들이 상위권에 위치하며 선전하고 있다. 고위험 상품의 1년 수익률은 △한국투자증권 25.58% △신한투자증권 21.57% △국민은행 20.59% △동양생명 20.42% 등이 높게 나타났다.
현재 은행들은 다른 금융사에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공략을 펼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3일 'KB퇴직연금 1:1 자산관리상담서비스'를 시행했다. 이 서비스는 퇴직연금 전용 고객센터를 통해 자산관리 전문가와의 1대 1 전화상담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퇴직연금 가입 고객 누구나 전용 고객센터에 전화하면 'KB골든라이프 연금센터' 소속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연금센터의 모델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연모'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로 이름을 알린 배우 박은빈이 맡았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30일 배우 이정하와 가수 윤종신이 모델로 출연한 퇴직연금 광고를 공개했다. 윤종신과 이정하를 '투톱'으로 내세워 세대 맞춤형 마케팅에 나섰다. 윤종신이 지난 2001년 발표한 '고속도로 로맨스'를 신한은행 퇴직연금 브랜드 이미지에 맞춰 재해석한 음원이 쓰였다. 밝고, 경쾌한 광고가 끝나는 무렵에는 음원의 후렴구인 '퇴직연금! 신한은행!'가 나와 소비자가 쉽게 따라부를 수 있게 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2일 하나금융그룹의 광고모델인 가수 안유진이 참여한 '퇴직연금, IRP는 하나은행' 광고 영상을 공개했다. 오락실 게임을 연상하게 하는 레트로 풍의 광고에서 안유진은 'HANA' 코인을 모으며 미션을 해결해나간다. 퇴직연금 시장의 주요 타깃인 30~40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8비트 게인사운드에 기반한 한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호평을 받았다. 안유진은 직접 광고 음원의 작사에 참여해 특유의 진솔하고 친근함을 드러냈다.
우리은행도 우리금융그룹 광고 모델인 가수 아이유가 등장하는 '퇴직연금의 A to Z, 우리 연금프렌즈' 광고를 선보였다. 광고 속 아이유는 퇴직연금에 대한 세대별 다양한 고민과 궁금증을 한다. '우리 연금프렌즈'만의 특성을 설명한 아이유는 "우리로 넘어와"라며 유혹한다. 우리은행은 우리 연금프렌즈 소개편의 후속작인 우리 연금프렌즈 이사편도 공개할 예정이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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