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전 세계 상용차 시장의 강자인 포드에 대규모 상용차용 배터리를 공급 계약을 따냈다. 셀 기준 매출은 최소 연간 13조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배터리는 포드의 차세대 전기 상용차 모델인 이-트랜짓에 탑재되는 만큼 상용차 시장에서도 기술 리더십과 제품 경쟁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와 총 109GWh 규모의 전기상용차 배터리 셀·모듈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은 총 2건이다. 2027년부터 2032년까지 6년간 75GWh 규모로 공급하는 것과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34GWh를 공급하는 내용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 규모가 최소 13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모듈까지 포함한 계약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금액은 최대 1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배터리는 포드의 차세대 전기 상용차 모델인 '이-트랜짓(E-Transit)'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고출력, 장수명, 고에너지밀도가 요구되는 상용차 모델의 특성 상 '고성능 삼원계 파우치형' 배터리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제품은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전량 생산될 예정이다.
포드의 대표 상용차 모델인 트랜짓은 자동차 업계에서는 '흥행 보증 수표'로 불릴 정도로 인기 모델이다. 트랜짓은 지난 2018부터 2023년 6년 연속 글로벌 LCV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기준 유럽 상용차 시장 상위 3개 모델 중 2개 모델이 포드 트랜짓 모델인 만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탑재될 전동화 모델도 견조한 시장 수요가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만 벌써 3번째 전기 상용차 관련 계약 성과를 냈다. 지난 1월에는 일본의 상용차 강자 이스즈 모터스와 원통형 셀과 모듈, 팩 토탈 솔루션 공급계약을 맺었으며, 지난 4월에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과 배터리 팩을 제조·판매하는 미국 FEPS과 19GWh 규모의 상용차용 배터리 공급 합의서를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계약까지 성공시킴으로써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는 평가다. 전기 상용차는 전기차와 비교했을 때 차량 한 대당 배터리 탑재량이 많고, 평균 운행거리가 길다. 모델 교체주기 또한 길고, 눈과 비 등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운행하는 경우가 잦은 것이 일반적이다.
고객사들은 이런 이유로 배터리 공급사를 결정할 때 고출력, 장수명 등 상대적으로 높은 품질과 기술력을 갖춘 '프리미엄 배터리'를 선호한다. 그만큼 평균 단가가 높고 장기 계약도 가능해 수익성과 안정성이 높은 고부가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전기차 캐즘이라는 상황에서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 확보하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평가다. 상용차의 전기차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유럽 시장에서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고 있어 LG에너지솔루션이 상용차 배터리 공급에 집중하는 것은 캐즘 극복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전기 상용차 시장 성장은 가파르다. 글로벌 자동차 전문 리서치 업체 LMC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유럽 전기 상용차의 경우 연평균 성장률은 약 36%다. 2030년에는 유럽 상용차 시장 내 전기차 침투율을 50%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포드와의 이번 계약은 전기 상용차 시장에서도 높은 기술 경쟁력과 혁신적인 제품 경쟁력을 증명한 사례"라며 "탄탄한 현지 생산능력을 적극 활용해 유럽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공고히 하고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박한나기자 park2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