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LA 오토쇼'서 최초 공개 현지 생산으로 보조금 수혜 기대 美시장 의존도 높이면 대선 변수
2021년 LA 오토쇼에서 공개된 '콘셉트카 세븐'.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먼저 대형 전기 SUV인 아이오닉 9을 선보인다. 국내보다 미국에서 먼저 신차를 선보이는 것은 최근 내수시장의 위축도 있지만, 전통적으로 픽업트럭과 같은 대형 차급을 선호하는 미국 시장의 취향을 저격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오는 11월 있을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 존폐 여부 등 시장에 중요한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는 만큼, 현대차는 시장을 예의 주시하며 실력으로 이를 극복하겠다는 방침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1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리는 2024 LA 오토쇼에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9을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아이오닉 9은 현대차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세 번째 모델이다. 지난 2021년 11월 미 LA 오토쇼에서 콘셉트카 세븐이라는 명칭으로 공개된 바 있다.
현대차가 아이오닉 9 최초 공개 무대로 미국을 택한 것에는 기아 EV9의 현지 활약 덕분으로 풀이된다. 기아의 대형 전기 SUV인 EV9은 현대차그룹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 기반으로 제작된 3열 전기차다.
EV9. 기아 제공
EV9은 비싼 가격과 대형 전기차에 대한 생소함 등으로 인해 올 1~9월 국내에서는 1600대만 판매되는 등 부진했으나, 같은 기간 미국에서는 1만5970대가 팔리며 선전했다. 그 결과 EV9는 기아의 미국 판매량의 37.1%를 차지하는 주력 차종으로 자리 잡았다.
또 2024 북미 올해의 SUV,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선정 '올해의 연구개발', 자동차 전문 매체 켈리블루북이 뽑은 '최고의 3열 전기차', '최고의 3열 중형 SUV' 등을 수상하며 국내보다 현지에서 상품 경쟁력을 더 인정받고 있다.
기아 EV9의 활약에 대형 전기 SUV 성공 가능성을 본 현대차는 아이오닉 9를 앞세워 세몰이를 이어갈 계획이다.
여기에 아이오닉 9의 경우 현지에서 생산하는 만큼 보조금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이오닉 9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공장(HMGMA)에서 양산될 것으로 알려졌다.
HMGMA에서 생산된 아이오닉 9은 현지 보조금 수령의 기본 요건인 '미국 내 생산'을 충족한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완성차 시장으로, 연 평균 1500만대 안팎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고급차, 대형 SUV와 같은 고부가가치 차종이 많이 팔리기 때문에 고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이다. 따라서 완성차 업체들은 현지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경우 현지 완성차 판매량 점유율 4위를 기록 중이며, 전기차의 경우 테슬라에 이어 2위에 이름을 올리며 선전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미국은 세계 자동차의 중심지로 미국에서 성공하면 다른 지역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기아 EV9이 이미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아이오닉 9의 미국 출시로 미국 3열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이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다만 현대차·기아가 미국 시장 의존도를 높일 경우,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가 향후 실적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올 3분기 현대차·기아가 해외에 판매 차 중 30%가량이 미국으로 향했다.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클수록 내달 대선의 향방에 따라 판매량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김 교수는 "대(對)미 흑자 구조가 커지는 것은 좋은 그림이 아니다"며 "이번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시 적자 구조가 큰 산업에 관세를 일괄 10%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산 부품을 많이 구입해서 적자 구조를 잡으려는 노력과, 미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수출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