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과 12일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선거의 사전 투표율은 8.28%에 불과했다. 오는 16일 본 투표에서는 투표율이 얼마나 오를지 관심이 모아진다. 결국 30% 벽은 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번 선거는 지난 8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대법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직을 상실하면서 생긴 서울만의 이슈이다. 낮은 사전 투표율이 보여주듯 유권자인 서울시민에게도 관심 밖의 일이다.
언론에서도 그다지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미디어 의제설정(Agenda-setting) 이론에서는 언론은 사람들에게 뉴스의 중요도를 전달해준다고 한다. 신문 1면과 방송 첫 뉴스에 나오거나, 자주 보도하면 중요한 이슈가 된다.
하지만 지난주 뉴스에서 서울시 교육감선거는 뒷전이었다.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 편입, 삼성전자 어닝쇼크,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0.25%포인트 인하 등 굵직한 이슈가 너무 많았다. 여·야 정치인들은 함께 치러지는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 전남 영광군수 등의 선거에만 정성을 쏟고 있다.
언론에서 주목하지 않는다고 해서 서울시교육감 선거의 무게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교육 소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권한이 막강하다. 서울의 유·초·중·고 교육정책의 방향을 정한다. 서울시교육청의 1년 예산은 12조4486억원에 달한다. 서울시 교육공무원 수는 서울시 소속 공무원 수보다 많다. 2023년 기준으로 서울시 공무원보다 1 7948명이 많은 7만4340명이다. 교육감은 이들의 인사권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민의 관심이 적은 것은 갑작스런 보궐선거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제도적으로 결함도 많기 때문이다.
교육감 후보는 명목상 비정당인이어야 한다. 적어도 선거 이전 1년간은 당적을 가져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정당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선거공보책자를 보면, 정근식 진보단일 후보의 얼굴사진 뒤 배경은 파란색이다. 정 후보는 "역사왜곡과 친일교육이 선을 넘었다"고 말한다. 반면 조전혁 보수단일 후보는 붉은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홍보물을 만들었다. 그는 "자유대한민국을 건국한...산업화를 이룬 영웅들을 잊지 않겠다"고 한다.
정당과는 상관없다고 말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들은 없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정당 배제이다.
교육감 후보는 정당의 자금 지원 없이 스스로 선거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선거비용은 선거운동 역량을 좌우한다. 그렇기에 모금 많이 한 후보, 재산이 많은 후보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득표율 15%가 넘으면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 받을 수 있지만 자칫하면 거액의 선거비용을 모두 잃게 된다.
2022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조희연, 조전혁, 박선영 후보 등 3명은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받았다. 하지만 함께 출마한 조영달 후보는 15억8917만원을 쓰고도 득표율 미달로 한푼도 보전받지 못했다.
후보자가 자신의 됨됨이를 알릴 수 있는 TV토론의 참여자격 또한 까다롭다. 선거관리위원회 주최의 TV토론 초청 자격은 지상파TV, 종편방송, 종합일간지의 여론조사에서 평균 5%를 넘은 후보에게만 주어진다. 지명도가 있는 후보일수록 유리하다. 오랜 교육경력보다는 국회의원이나 장·차관 등 공직 경험이 있을수록 유리하다.
의원 경력을 지닌 조전혁 후보만이 지난주 TV토론에 초청되어 단독 대담방식으로 30분간 자신의 정책과 공약을 알렸다. 다른 후보들은 반발했지만 법은 냉혹했다.
초·중·고 자녀를 둔 학부모는 교육감 선거에 그나마 관심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녀가 없거나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관심 밖의 일이다. 16일 투표를 앞두고, 가벼운 선거공보책자를 뒤척여보지만 교육감 후보들의 정책을 비교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정파적 투표가 정답일까. 고민 없는 투표는 오히려 선거의 취지를 오염시킬 수도 있다는 걱정도 생긴다.
교육감 선거권을 차라리 미래세대에게 넘기면 어떨까.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생, 고등학생들이 교육감을 뽑도록 하는 것이다. 교육 실수요자가 참여하는 것이 교육 자치라는 원래 취지에도 맞다. 그렇게 한다면, 지금처럼 정파적 공약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필요한 공약들이 쏟아질 것이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을 통해, 친구들과 대화를 하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비교하고 숙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학생들의 교육감 선거 참여는 이후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를 위해서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