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현지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방열소재 기술담당 임원으로 재직했던 A씨(1964년생)는 2016년 퇴직 후 국내로 돌아와 대전의 한 공장을 인수해 전기자동차 방열소재 제조기업을 창업했다. 이 기업은 A씨의 20년 간 쌓은 방열소재 엔지니어링 경험과 납품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연평균 30%씩 성장했으며, 올해 매출 200억원 돌파가 예상되고 있다.

40대 이상 시니어의 기술창업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지역 내 시니어 기술창업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3일 '베이비부머의 지역 내 고부가가치 창업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최근 늘어나고 있는 시니어 기술창업을 지역으로 유치해 양질의 일자리를 증가시키고 지역 산업 생태계의 고부가가치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상의가 지난 8년간(2016~2023년) 국내 창업활동 추이를 분석한 결과, 20대는 기술창업 비중이 0.9%포인트(p) 늘었고 30대는 동일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시니어 세대인 40대, 50대, 60세 이상은 각각 3.0%p, 3.8%p, 2.5%p 늘었다.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지식기반서비스업(정보통신, 전문·과학·기술, 교육 서비스, 보건·사회복지 등) 창업인 기술창업의 경우, 기업당 평균 고용인원은 3.1명, 평균 매출액은 3.8억원으로 전체 창업기업 평균(고용 1.6명, 매출액 2.4억원) 대비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력이 높은 편이다.

보고서는 과거에 비해 학력 수준과 전문성이 높아진 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4~1974년생)가 그동안 업계에서 쌓아온 기술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고부가가치 창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2차 베이비부머 세대인 40세 이상 50세 미만의 고등교육 이수 비율은 45.6%로 OECD 평균(35.6%)를 크게 상회하며 10위를 기록했다. 또 통계청 지역별고용조사(2023년 기준)에 의하면 2차 베이비부머 중 관리자, 전문가, 사무종사자, 기능·기계조작직 등 전문일자리로 분류되는 직업군에 종사하는 비율은 60.6%로, 1차 베이비부머의 51.4%에 비해 높았다. 보고서는 시니어층이 과거보다 고학력화·전문화 돼 가고 있으며 여기에 재직 중 축적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술창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지역별로 보면, 기술창업은 8년간 전국적으로 증가했으나 수도권이 비수도권 보다 더 크게 증가했다. 국내 기술창업은 2016년 19만674개에서 2023년 22만1436개로 8년 간 16.1% 늘었다. 같은 기간 수도권의 기술창업은 22.5% 늘었고 국내 기술창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7.8%에서 61%로 커졌다. 비수도권의 기술창업은 7.4% 증가했고 국내 기술창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2.2%에서 39%로 줄었다.

국내 기술창업 중 경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27.5%에서 31.6%로 4.1%p 증가해 전국에서 가장 크게 상승했고, 인천이 5.1%에서 5.8%로 0.7%p 증가해 뒤를 이었다. 충남(0.4%p), 세종(0.3%p), 강원(0.3%p), 충북(0.1%p)도 증가세였고 대전과 전남은 동일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경남은 2016년 7.0%에서 2023년 5.2%로 1.8%p 하락해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하락폭이 가장 컸다. 서울은 같은 기간 25.3%에서 23.7%로 1.6%p 감소했으나 대부분 경기, 인천, 충남 등 인근 지역으로 흡수된 것으로 대한상의는 풀이했다.

대한상의는 시니어층이 고부가가치 창업을 지역에서 일으킬 수 있는 정책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지자체가 창업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벤처 플라자의 운영비용 일부를 부담하고 있다. 독일도 50세 이상 시니어 창업을 지원하는 'Grunder 50+' 프로그램의 운영비용의 70~80%를 지방 주정부에서 부담하여 각 센터가 재정 부담 없이 시니어층 창업 지원에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장년기술창업센터'를 설립해 만 40세 이상의 시니어 기술창업을 지원하고 있으나 예산 규모가 올해 약 33억원으로 2021년 대비 21% 축소됐고, 센터는 33개에서 27개로 줄었다.

또 기술창업에 나서는 시니어층의 신용 제약을 완화해야 한다고 대한상의는 주장했다. 일본의 경우 지자체에서 창업에 나서는 시니어층에게 저리융자, 무담보 보증을 통해 시니어층이 직면한 신용 제약 완화를 지원하고 있다.

조성환 대한상의 지역경제팀장은 "고령사회 진입 이전에 짜여진 창업 지원정책의 틀에서 벗어나 창업에 나서는 시니어층이 겪는 신용 제약을 완화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협력해 지역에서의 창업 마중물 역할을 하는 정책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대한상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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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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