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번역지원 연 20억 그쳐 소설가 한강이 아시아 여성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국내 작가들의 국제문학상 수상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국내 문학의 글로벌화를 위한 정부의 번역지원 예산은 연 20억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은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받은 자료를 인용, 2016년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로 영국의 맨부커상 국제부문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한국 문학의 국제문학상(만화상 포함) 수상이 31건에 달하지만 한국 문학의 글로벌 저변 확산을 위한 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을 계기로 세계 문학계에서 변방이던 한국 문학이 국제적인 주목을 받게 됐다. 이후 한국 작가들은 2017년 3건, 2018년 5건, 2019년 2건, 2020년 6건, 2021년 4건, 2022년 5건, 2023년 1건, 2024년 4건의 국제문학상을 수상했다. 수상이 불발된 후보까지 합하면 97건에 달한다.
2017년에는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이탈리아 말라파르테상, 2018년 황석영의 '해질 무렵'이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이 일본번역대상을 받았다. 2019년에는 김혜순의 '죽음의 자서전'이 캐나다의 그리핀 시문학상 국제부문, 2020년 손원평의 '아몬드'가 일본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 2021년 윤고은의 '밤의 여행자들'이 영국 대거상 번역추리소설 부문을 수상했다. 2022년에는 손원평의 '서른의 반격'이 일본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 2023년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프랑스 메디치상, 2024년 김혜순의 '날개 환상통'이 전미도서비평가협회 시부문, 황보름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가 일본서점대상에 올랐다. 유럽과 북미, 일본에서 골고루 문학적 우수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를 계기로 해외에서 한국 문학의 지명도와 수요가 높아졌지만 국가적 지원은 미미한 상황이다. 특히 미국 출판계는 번역서 비중이 통상 1~2%로 매우 보수적이다 보니 글로벌 차원의 번역서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문학번역원의 '번역출판지원사업' 예산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18여 억원에 머무르다 올해 20억원으로 약간 늘었다.
강 의원은 "한국 문학을 해외에 소개하고 양질의 번역 출판을 유도하기에는 부족하다. 전 세계 한국 문학 독자를 확대하고 문화 저변을 넓히려면 국가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