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실 앞에서 환자 및 의료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실 앞에서 환자 및 의료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복지부와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10일 서울대 의대 융합관에서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상임대표가 토론회 사회를 맡고, 정부 측에서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과 정경실 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이, 서울의대 측에선 강희경 비대위원장과 하은진 위원이 테이블에 앉는다. 토론회는 복지부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보건복지부TV'를 통해 생중계된다. 의정 갈등이 본격화된 이후 대통령실과 복지부 실장급 이상 인사가 참여하는 공개 토론회는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이날 토론회는 지속가능한 의료체계 구축 방안, 의대 교육 정상화 방안, 환자 중심의 의료체계 구축 방안, 의료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갖출 방안 등이 주제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대란이 벌써 9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억울하게 죽음에 이르는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응급실에서 사망한 환자는 1만6237명으로, 지난해의 절반에 가까웠다. 상반기 응급실 내원 환자가 작년 연간의 41% 수준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급증한 것이다. 대형 병원서 전공의와 전문의가 떠나면서 응급·중증 환자를 치료할 시스템은 무너지고 있다. 실력있는 의사들은 외국으로 떠나고, 도제식으로 운영되는 의사양성시스템도 깨졌다. 신규 의사 배출을 위해 지난달 치러진 국가고시 실기시험에는 예년의 10%선인 347명만 응시했다. 7월말 마감된 전국 수련병원 126곳의 하반기 전공의 모집은 총 모집 인원 7645명 가운데 지원자가 100여명에 그쳤다. 전국 40개 의대 재적생 1만9374명 중 2학기 등록금을 납부한 인원은 지난달 2일 기준 653명뿐이다. 2학기 수업 출석률은 2.8%에 그치고 있다. 37개 의대에서 군 현역 입대를 위해 휴학한 의대생이 1059명에 달하면서 군의관과 공보의 수급도 비상이다. 이처럼 엄중한 상황인데도 정부는 여전히 '마이 웨이'이고, 말 또한 오락가락이다. 하루가 멀다 않고 의료개혁 방안을 내놓지만 탁상공론에 가깝다. 내년 복학이라는 명분을 걸고 마지못해 휴학을 승인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의대생을 향해 "휴학에 대한 자유가 누구에게나 있지는 않다"며 또 논란거리를 만들었다. '의대 5년제'와 의학교육평가원의 의대 평가 무력화는 엉터리 의사를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있다. 적정 의료인력을 산출할 위원회를 먼저 만들고 의대 증원 수를 결정해야 했지만 복지부가 위원회 신설을 발표한 건 지난 9월말이다. 정부가 의료대란을 막는다며 지금까지 쓴 건강보험은 2조원에 달하며,전국 지자체 집행한 재난관리기금 또한 500억원에 육박한다.

의료현장은 간호사가 의사 승인 없이 약을 처방하거나 전공의들이 하는 동맥관 삽입을 하는 등 아수라장이다. 내년에 새로 배출할 수 있는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는 최대 6명에 그친다. 2026년에는 1명, 2027년 2명, 2028년 3명뿐이다. 현재 수련병원에 남아 있는 흉부외과 전공의는 12명으로, 107명이나 되던 흉부외과 전공의 중 95명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으로 병원을 떠났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선의에서 시작한 의료개혁이 오히려 필수·지방의료를 망가뜨리며 급기야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과 뭐가 다른가라는 비판조차 나온다. 나만이 옳다는 고집과 치밀한 사전 계획없는 선무당식 개혁은 보수정권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는 꼭 의정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가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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