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공매도 금지' 해결 경고에 정부, 내년 3월 '재개' 숙제 떠안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도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조기 편입은 그만큼 우리 국채에 대한 투자자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의미로 우리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상당하다. 자금 유입을 확대하고 국제 신인도를 제고하는 건 물론이고 재정 운용에도 숨통이 트이게 된다. 특히 골드만삭스와 노무라, 바클레이즈 등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약속이나 한 듯 내년 3월 편입이 유력하다고 분석한 상황에서 나온 호재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털어내며 자본시장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극복해야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권시장 선진그룹' 가입…최대 90조원 유입= 일단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세계국제지수에 편입되는 내년 11월부터 1~2년에 걸쳐 500~600억 달러의 외국인 채권 투자 자금이 유입되는데다 패시브 자금은 물론 액티브 자금까지 한국 국채 매수에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고채가 올라가면 회사채로 눈을 돌리면서 기업의 숨통이 트일 수 있다. 환율 안정 효과도 기대된다. 달러 유입으로 원화가치가 올라 달러당 원화값이 내려가면 기업 경영은 물론 재정 운용에도 도움을 받게 된다. 다만, 기업들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 대신 현실에 안주할 경우 독이 될 수 있다. 재정당국은 WGBI 편입으로 금리가 안정됨에 따라 정부와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들게 되고, 외환시장의 유동성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WGBI를 추종하는 안정적인 외국인 투자 자금이 유입되면서 금리 인하효과가 단기물부터 장기물까지 전반에 걸쳐 나타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WGBI 편입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우리경제의 위상이 제고되는 효과가 예상된다. 다만, 우리 국채의 경우 50년 물은 발행이 시작된 지 오래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적은 발행 잔액 및 유동성 등을 감안해 이번 편입대상 종목에서 제외된다.
◇'시장 접근성' 해소…우리 경제 과제= '채권시장 선진그룹' 가입은 해당 국가경제의 안정성·지속성이나 정책과 제도의 신뢰성·투명성, 금융시장의 효율성·개방성이 세계 시장에서 널리 인정됐음을 의미한다. 그러다 보니 향후 우리 국가경제 신인도의 향상과 함께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FTSE 러셀은 한국 정부가 제3자 외환거래 허용과 함께 외환거래시간 연장 등 외환시장 구조개선을 완료했으며, 국제예탁결제기구 국채통합계좌를 개통했고, 비과세 및 법인식별기호(LEI) 등과 관련한 어려움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WGBI 편입을 위한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는 제도개선을 시행해 글로벌 투자를 확대·장려하려는 노력과 함께 글로벌 채권투자자들의 실질적인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에 대해서도 평가했다. WGBI 편입을 위해서는 국채 발행잔액과 신용등급 같은 정량성과 함께 시장 접근성이라는 정성성의 3가지 요건이 필요한 데 우리 정부가 이를 충족시켰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정부는 그동안 우리 자본시장은 세계 10위권인 경제 규모나 국가신용도에 비춰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지만 이를 계기로 우리 채권시장에 대한 평가가 경제체급에 맞게 조정됐다고 보고 있다. 늦게나마 '제값 받기'를 하게 됐다는 뜻이다.
◇'공매도 허용' 등 규제혁파로 주식시장 MSCI 선진지수 편입해야= 러셀은 '경고장'도 날렸다. 리뷰에서 현재 '선진시장'(Developed market)으로 분류된 한국 주식시장의 '공매도 금지'를 문제 삼았다. (공매도) 금지 조치는 국제투자 커뮤니티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데다 차입 메커니즘의 효율성을 낮추고 유동성과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당초 거론됐던 '관찰대상국 지정'은 피했지만, 또 다른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공매도 금지 탓에 우리나라가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채권시장에선 선진그룹에 합류했지만, 주식시장에선 여전히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규제혁파와 시스템 선진화로 주식시장에서도 선진지수에 편입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 러셀은 "공매도 금지는 내년 3월 30일까지 연장됐다"며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불법 거래에 대해 더 가혹한 처벌을 도입하고 한국거래소가 관련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예고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측면에서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며 "2025년 3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런 정보 격차를 신속하게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러셀의 관찰대상국 지정을 피해 15년 만에 선진시장에서 강등될 위기를 모면하게 됐지만, 정부 계획대로 내년 3월 차질 없이 공매도를 재개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앞서 FTSE 러셀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시행된 2020년 3월에도 공매도 금지 방침을 유지할 경우 한국 증시가 선진시장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정치권서 논란이 벌어지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도 중요한 요소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불법 공매도를 차단하기 위한 법적, 기술적, 제도적 장치를 준비 중"이라며 "불법 공매도를 원천 차단하게 되면 내년 3월쯤 공매도 금지를 해제하더라도 큰 무리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