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업무 마비가 길어지면서 후유증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구글·애플의 인앱 결제 문제다. 방통위는 지난해 10월 구글과 애플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고, 앱 출시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하는 등 전기통신사업법(인앱결제강제금지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구글에 475억원, 애플에 20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재안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런데 1년째 의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구글과 애플이 제출한 사업자 의견 검토와 앱 개발사 등 이해관계자를 상대로 한 의견 수렴이 길어진데다가, 지난 8월부터는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직무정지로 방통위 심의의결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김태규 직무대행 1인 체제로 인해 실제 부과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7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통위 대상 국정감사에선 이 문제가 거론됐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구글·애플에) 우리나라만 계속 차별을 받고 있다. 미국의 집단소송에서는 1조1000억원의 배상금을 최종 합의했는데, 우리나라의 과징금은 680억원 수준"이라며 "그 680억원조차도 방통위가 마비돼서 지금 못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직무대행은 "방통위가 정상화되면 이 문제에 신속히 대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내부적으로는 조사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며 "방통위가 정상화되면 바로 조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구글·애플 제재 지연에 따른 국내 소비자 피해 발생을 예상하기도 했다.
구글·애플의 과징금 문제뿐만 아니라 지금 방통위에는 현안이 산적해 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망 사용료 부과, AI 부작용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는 법 제정, 데이터 주권 보호책 마련 등 화급하지만 멈춰선 사안들이 한둘이 아니다. 미국 등 주요국들이 하나같이 발 빠르게 대응하는 과제들이지만 우리만 뒷방 신세인 것이다. 방통위 기능 마비 탓이 크다. 이러니 구글·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의 횡포에 수수방관만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정쟁을 벌이더라도 정부기구 기능까지 마비시켜서는 안 된다. 이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한 마디로 무책임의 극치다. '식물 방통위' 정상화가 시급하다. 방통위원 추천 절차라도 조속히 진행해 방통위 기능을 살려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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