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집 앞에서 놀고 있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집 앞에서 놀고 있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으로 가자전쟁이 시작된 지 1년을 맞았습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끊임없는 공습에도 여전히 버티고 있습니다. 가자전쟁 1년을 맞아 전 세계 곳곳에선 휴전을 촉구하는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마스는 세종시와 비슷한 365㎢ 면적의 가자지구에서 장기간 지속적인 공격을 받고 있지만 건재한 것은 가자지구 지하를 관통하는 '땅굴' 덕분으로 평가됩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고립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평가하고 오랜 기간 전쟁을 준비해왔습니다. 지하를 관통하는 땅굴은 자체적으로 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과 요새로 탈바꿈시켰지요.

이런 땅굴의 실체는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에 투입된 이스라엘군에 의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하마스가 이란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이란산 로켓과 미사일을 대량 밀수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지상전에 나선 이스라엘군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란산은 거의 없었습니다.

대신 농업용 화학물질과 쓰레기 더미에서 주운 파이프 등으로 폭발물을 만들 수 있는 소규모 작업장이 발견됐고 최대 80%가량이 직접 제조한 무기로 파악됐습니다. 하마스는 이곳에서 대전차용 급조폭발물(IED), 열압력 로켓 추진 수류탄, 중·단거리 로켓 등을 직접 생산했다고 WP는 전했습니다.

일부 무기에는 하마스라는 브랜드가 새겨져 있기도 했습니다. 설탕과 질산칼륨 비료를 채워 만든 '카삼'(Qassam)이라는 로켓은 만드는데 수백 달러밖에 들지 않지만, 이스라엘군이 이를 격추하는데 들어간 돈은 1발당 5만 달러(약 6700만원)에 달했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런 땅굴은 통신망, 보급창고, 방공호, 야전병원 등의 역할도 했습니다. 길이도 300마일(약 482km) 이상으로 추정되며 이스라엘군도 사실상 전체 땅굴 시스템을 파괴할 방안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WP는 다만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막히면서 하마스의 자금줄이 마르고 있고 필수 물자도 부족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마스는 비축해둔 현금을 전투원과 공공부문 근로자 등에 대한 급여로 지급해왔는데 올봄부터는 정상 급여의 절반밖에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편 가자지구 전쟁 발발 1년을 이틀 앞둔 지난 5일 세계 주요 도시에서 최대 수만명이 참여하는 휴전 촉구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영국에선 약 4만명의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런던 중심부를 행진했으며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등지에서 수백명에서 수천명이 시위에 나섰습니다.

런던에서는 이스라엘 지지자들이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의 행진 때 이스라엘 깃발을 흔들기도 했습니다. 저지선을 넘으려는 시위대와 이를 막으려는 경찰 간에 몸싸움이 벌어졌으며 현장에서 15명이 공공질서 위반 및 폭행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로마에선 약 6000명이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레바논에 자유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었습니다. 검은 옷을 입고 얼굴을 가린 일부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돌과 병 등을 던졌으며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이들을 해산시켰습니다. 파리에선 수천명의 시위대가 레퓌블리크 광장에 모여 '대량학살을 멈춰라'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들고 팔레스타인인과 레바논 국민에 대한 연대를 표명했습니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도 북소리에 맞춰 "가자(Gaza)!"를 외치며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이제 전 세계의 관심사는 휴전 협상이 아니라 '제5차 중동전쟁'이 돼 버렸습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까지 겨냥해 18년 만에 레바논 지상전을 개시하며 전선을 오히려 넓혔고 '주적' 이란과도 충돌하고 있습니다. 제5차 중동전쟁이 발발 직전까지 다가온 셈입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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