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첨단산업 지원강화 시급" 세계시장서 韓기업 입지 우려 국가 첨단전략산업에 해당하는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 지원강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최근 미·중 기술 패권 경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 및 주요국의 산업정책으로 인해 세계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입지가 줄어드는 점은 성장잠재력 하락 추세에 비추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7일 전했다. 그러면서 국가 첨단산업에 대한 재정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경협에 따르면 현재 미국·중국·일본은 경제안보 차원에서 반도체 지원을 강화 중이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칩스법에 서명했다. 또 반도체 생산을 자국에서 해결하기 위해 인텔에 85억달러 보조금 투입 계획도 발표했다.
중국도 반도체 수급의 높은 대외의존도를 약점으로 인식하고, 지난해 부터 SMIC에 2.7억 달러의 보조금 지급을 시작했다. 이에 더해 정부가 대주주(지분비율 30% 이상)로서 정부 주도의 투자와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차전지 분야에서도 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뚜렷한 이차전지 대표기업이 없어 자국 전기차 시장 보호 일변도로 중국에 대응하고 있다.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전기차 보조금을 통해 미국 내 생산을 유도함으로써 이차전지 생산 밸류체인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차전지 부품 최소 50% 이상이 북미 지역에서 생산·조립된 경우 등에 한해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미국이라는 거대시장을 간과할 수 없는 타국 이차전지 업체는 현지 생산을 검토하게 된다. 실제로 CATL 및 LG에너지솔루션 등 많은 기업들이 미국내 생산공장을 건설했거나 계획 중이다.
중국도 현재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인 CATL에 2011년 설립 당시부터 최근까지 각종 지원을 하고 있다. 보조금 지급 범위를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로 확대해 전고체 배터리 시장에서도 선두를 점하고자 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반도체 산업에 이어 이차전지 산업에도 보조금 지급 정책은 현재까지 없다. 한국 주요 생산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21년 30.2%에서 2022년 23.7%, 2023년 23.1%로 불과 2년 만에 7.1%p 하락했다.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재정 지원도 요구된다. 한국은 현재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문에서 중국 대비 미세한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중국의 대규모 보조금과 투자 앞에 위태로운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2023년에 중국 대표 LCD와 OLED 생산업체인 BOE에 4.2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했고, 토지·건물 무상 제공과 지방정부 출자와 같은 지원까지 제공 중이다.
이에 한경협은 첨단산업에 대한 보조금 등 정부 지원은 소비지출로 인한 부채 증가와 달리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이며 이는 국민경제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임을 강조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주요국들의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에 대한 지원정책 강화는 첨단산업 주도권 상실이 곧 국가안보 위협이라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결과"라며 "국가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는 안보는 물론 재편되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