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텃밭을 사수해야 하는 민주당과 지역 기반을 다져야 하는 혁신당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양당은 비방을 넘어 고소·고발까지 서슴지 않았다. 윤석열 정권의 교체를 바라는 마음은 같지만 탄핵을 놓고도 민주당은 역풍을 우려해 신중 모드를 유지하는 반면 혁신당은 공개행보에 나섰다.
10·16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3일 민주당과 혁신당 지도부는 일제히 현장으로 달려가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다. 민주당의 경우 이재명 대표는 오전에 전남 영광, 오후에 부산 금정을 차례로 방문했고 박찬대 원내대표는 인천 강화를 누볐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전남 영광과 곡성을 오가며 유권자들을 만났다.
이 대표와 조 대표는 이날 큰 틀에서 정권 교체가 최우선 목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서로를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이 대표는 장세일 영광군수 후보 지원유세에서 "앞을 향해야 될 창을 옆으로 쓱 돌려 가지고 옆으로 찌르면 전쟁이 되겠냐"며 "소탐대실하지 않아야 한다"고 직격했다. 조 대표는 장현 영광군수·박웅두 곡성군수 후보 공식선거운동 출정식에서 "혁신당이 해야 될 일은 서울에 있는 여의도 정치, 중앙정치만 바꾸는 것이 아니다"라며 "과거 그대로, 옛날 타성대로, 관성대로 진행되는 군정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남 영광·곡성 재보선은 사실상 국민의힘을 제외한 민주당과 혁신당 간 싸움인 만큼 혁신당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양당 대표뿐 아니라 최고위원과 사무총장을 비롯한 지도부, 개별 의원들 사이에서도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정권의 친위쿠데타와 악마 검찰에 맞서 생사를 걸고 싸우는 지금 국민의힘 후보 하나 없는 곳에서 우리끼리 치고받는 현실과 그런 현실을 만든 판단이 부끄럽다"며 "지금이 민주당과 이재명을 흔들고 전력을 분산 시킬 때인가"라고 쏘아붙였다. 황현선 혁신당 사무총장은 앞서 민주당을 '호남의 국민의힘'이라고 발언한 데 이어 "이기고 싶은 게 국민의힘인지 혁신당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양당 간 갈등이 격화하며 상호 고소·고발도 이뤄졌다.민주당과 혁신당은 탄핵 추진에 있어서도 약간의 인식차를 드러내고 있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지도부는 민주당에 "탄핵할 결심을 해달라"고 공개 제안했다. 반면 민주당은 당 차원의 탄핵 논의는 없었다면서 아직까지는 선을 긋고 있다. 지난달 27일 열린 '탄핵의 밤' 행사 역시 일부 의원의 개별적인 의사 표현이라며 확전을 피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결정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 역풍 우려 등에서 탄핵을 공론화하고 당론으로 추진하기에는 국민적 공감대가 무르익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읽힌다.
다만 재보궐선거 날짜가 임박하면서 연대하려는 분위기도 조금씩 감지된다. 이 대표와 조 대표는 이날 부산 금정구청장 야권 후보 단일화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조 대표는 "(고소·고발을) 모두 취하하자"고도 했다. 투표용지 인쇄일인 오는 7일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은 만큼 위기감을 느끼고 손을 내민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은 국민의힘 우세 지역이다. 양당은 실무단에서 소통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서로에 양보를 기대하는 만큼 단일화 방식과 시기 등을 놓고 막판까지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월 국회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예방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