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과 인공지능(AI) 융합이 큰 변화를 가져오는 상황에서 통신사는 AI의 주요 사용자이자 촉진자(Enabler) 역할을 할 것이다. 한국 통신사들이 앞서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투자와 혁신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
줄리안 고먼(사진)(Julian Gorman)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아태지역 대표는 지난 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고먼 대표는 지난 1일부터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GSMA가 주최한 'M360 APAC'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고먼 대표는 "한국 통신사들은 아태 지역에서도 AI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고, AI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변화를 이끌고 있다"며 "5년 전 한국이 첫 5G를 상용화한 당시에 서울을 방문할 때와 분위기가 다르지 않다. 역량이 있고 기존 기술 기반이 있어 AI 분야도 기술 성숙도에서 앞서갈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통신사들이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네트워크, 스마트폰 등 다양한 디바이스로 AI 활용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에서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각각 '에이닷', '익시오'라는 AI 비서 서비스를 내놨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MS의 오픈AI 서비스를 통해 'GPT-4o'의 한국 맞춤형 버전 개발을 추진한다.
전세계적으로도 AI를 활용한 통신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번 행사에서 네덜란드 이통사 베온(VEON)은 자체 대형언어모델(LLM)을 개발해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등의 언어를 지원하는 기술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이미 5G 사용 비중이 50%가 넘고, 2020년대 말이 되면 5G 이용률이 9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안경과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이용도 활발해지면서 일상이 달라지고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5G 등 높은 세대의 통신 기술일수록 AI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단전을 예측하거나 네트워크 문제를 진단·수리하고, 자원을 배분하는 것도 AI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의 80% 이상이 AI를 통해 통신망 활용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고먼 대표는 AI를 비롯한 디지털 경제 실현을 위해 각국 정부가 망 투자 '페어 셰어(공정분담)' 원칙을 구현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적으로 디지털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인프라스트럭처에 투자하는 상황에서 투자 갭(차이)이 일어나고 있다"며 "모바일 산업이 디지털 경제를 실현하는 근간이 되는 상황에서 투자와 혁신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각국 정부가 공정분담 원칙을 구현하도록 '워킹그룹' 등을 통해 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국가와 시장마다 상황이 달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며 "1~2주 전에 칠레, 브라질, 인도 등에서도 정부와 이해관계자들이 워킹그룹을 운영키로 했다. 한국이 공정분담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고 해결책을 찾는지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다"며 "어느 한쪽만 투자를 부담하는 상황은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고먼 대표는 5G가 기대만큼 성숙하지 못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초반에 '밀리미터웨이브(㎜Wave·초고주파) 실현 목표가 있었지만, 관련 생태계가 기대만큼 성숙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5G 자체를 보면 3G나 4G보다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프라이빗 네트워크 등 가용성이 높아지고 생태계가 구축되면 더 많은 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6G를 확산할 때는 이를 통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며 "전통적으로 특정 세대의 기술의 성공 여부를 활용률로 판단했지만 이제 실제 경제적인 효과나 혜택이 실현되는 부분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신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과 관련해선 "인프라스트럭처 혁신 과정에서 공급망의 다양성을 갖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