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협력기조 유지 전망 자위대 헌법 명기 가능성 아베파 의원 각료직 배제 이시바 시게루(67)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가 1일 총리로 선출됐다. 이시바 총재는 이날 오후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 본회의에서 열린 총리 지명 선거에서 각각 과반 표를 얻어 총리직에 올랐다. 1885년 일본이 내각제를 도입한 후 초대 총리인 이토 히로부미 이후 제102대 총리다.
이시바 총리는 일제의 전쟁 책임을 직시하는 '온건파'로 분류된다. 12선 의원으로 농림수산상, 지방창생담당상, 방위상 등을 지냈다. 이시바 총리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았다.
2019년 8월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 후 자신의 블로그에 독일의 전후 반성을 언급하며 "우리나라(일본)가 패전 후 전쟁 책임을 정면에서 직시하지 않았던 것이 많은 문제의 근원에 있다"는 글을 싣기도 했다.
이시바 총리의 노선상 윤석열 대통령과 전임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구축한 한일관계 협력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그가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개헌 등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갈 가능성도 있어,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의 전환을 추구하면 주변국과 갈등을 일으킬 우려도 있다.
이시바 총리는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와 맞섰던 자민당 비주류 인사인 만큼 새 내각을 측근 의원과 무파벌 인사로 구성했다. 자신을 포함해 각료 20명 중 12명이 기존 파벌에 속하지 않았다. 작년 말 터진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인물이 많은 최대 규모 '아베파' 출신 의원들은 각료직에서 모두 배제됐다.
또 각료 중 13명이 이전에 각료를 지낸 경험이 없는 인물들이다. 이는 여론의 지탄을 받은 정치자금 스캔들과 결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면서 쇄신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신이 방위상을 지낸 이시바 총리는 측근 안보 전문가도 내각에 중용했다. 외무상에 총재 선거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이와야 다케시 전 방위상을, 방위상에는 나카타니 겐 전 방위상을 각각 기용했다.
이와야 외무상은 2019년 9월 방위상 퇴임 전 "한일 양국이 외교적으로는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지만, 안보에서는 한일·한미일 연대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었다.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 자리에는 총재 선거 결선 투표에서 자신을 지지한 옛 '기시다파' 2인자이자 총재 선거 경쟁자였던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을 유임시켰다.
내각 출범과 함께 일본 정치권은 총선 체제로 본격 전환한다. 이시바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새 정권은 가능한 한 일찍 국민 심판을 받는 게 중요하다"며 중의원을 조기 해산해 오는 10월 27일 총선거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 내각 출범으로 국민 기대가 큰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는 것이 당 지지율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여당에 유리할 것으로 보고 서둘러 유권자 판단을 받으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