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일 용산 대통령실로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를 불러 만찬 회동을 갖는다. 한동훈 대표가 불참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당 대표 패싱' 논란이 일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국회 상임위 위원장·간사단을 용산으로 초청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을 사전 요청했지만 불발돼, '빈손 회동'으로 비판받은 지난달 24일 용산 만찬 뒤 8일 만의 일정이다.
한 대표는 만찬 직후 독대를 다시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한 대표는 이번 만찬 초청 대상이 아니다. 원내지도부는 정부의 의료계 압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방어 기조에 주력해왔다. 대통령실은 오는 7일 시작하는 국정감사를 앞둔 연례행사라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거대야당 주도로 두번째 국회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 등 거부권 행사를 앞두고, 본회의 재표결이 4~5일쯤으로 예상되자 '표 단속'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친한(親한동훈)계 일각에선 김기현 전 대표의 대통령·상임위원장단 만찬 참석 사례 등에 비춰 이번 만찬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불만이 감지되지만, 확전을 자제하고 있다. 신지호 부총장은 1일 KBS라디오에서 '한동훈 빼고 추경호 등과 만찬'이란 보도에 대해 "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신 부총장은 "(이번 만찬은) 국정감사 격려용이라고 본다"며 윤·한 관계에 대해선 "깨붙깨붙(깨졌다 붙었다 깨졌다 붙었다)"이라며 대면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했다. 지도부에선 추 원내대표가 한 대표에게 의원총회 참석을 제안하는 등 "굉장히 많이 챙긴다"고 했고 자신과도 "오해가 다 해소됐다"고 했다.
한편 야권에선 윤·한 대립각을 적극 조명하고 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님, 정치 참 후지게 한다"며 "국민의힘 지도부와 '빈손 고기만찬'을 한 지 8일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왜 이런 만찬을 갖는지 그 속내를 모를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대변인은 "김건희 특검법과 순직해병 특검법의 거부권 행사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여당 의원들에 대한 표 단속에 들어갔다는 것이 언론의 지배적 분석"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과의 독대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한 대표를 쏙 빼고 만찬을 진행하겠단 것도 속보인다"며 원외 차별 의혹을 꼬집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지난 9월24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뒤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사진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