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연합뉴스]
헌법재판소.[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그동안의 불문율을 깨고 임기 만료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3인 중 2인을 추천하겠다고 한다. 대법원과 함께 헌정 질서 유지를 책임지는 헌재마저 장악하겠다고 나선 모양새다.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해 검찰 무력화와 재판관 협박을 노골화하고 있는 거야(巨野)의 독재 횡포가 끝모르게 이어지고 있다.

헌법재판관은 모두 9명이다. 헌법 제111조에 따라 대통령 지명 3명, 국회 추천 3명, 대법원장 지명 3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국회 추천 3인의 재판관 선출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은 따로 없어 교섭단체가 3개 이상일 때에는 각 교섭단체가 1인씩, 교섭단체가 여야 둘일 땐 여야가 각각 1명을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여야 합의로 추천하는 게 관례였다. 그런데 내달 17일 국회가 추천한 이종석(옛 자유한국당 추천)·이영진(옛 바른미래당 추천)·김기영(민주당 추천) 재판관 임기 만료를 앞두고 민주당이 의석 수를 앞세워 3명 중 2명을 추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관례대로 여야가 각각 1명씩 후보자를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여야 합의에 맡기자는 입장이다. 여야 간 극한 대립이 이어지면서 임기가 끝나는 국회 추천 재판관 3명의 후임은 제때 임명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렇게 되면 헌재는 정족수(7명) 미달로 심리조차 열지 못하게 된다. 민주당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탄핵할 때 시나리오로만 나돌던 '헌재 10월 마비설'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 1항은 사건의 심리는 재판관 7명 이상이 출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이 관례를 무시하고 추천권을 악용해 헌재를 영향권 아래 두려는 것은 윤석열 정부를 식물 정부로 만들겠다는 뜻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헌재가 기능을 못하면 현재 헌재에서 진행중인 이 방통위원장 탄핵심판의 심리는 언제 끝날지 기약할 수 없게 돼 편파 방송 논란이 거센 MBC의 정상화는 물건너간다. 민주당이 장관 등 무더기로 공직자 탄핵을 추진해도 헌재가 이를 심판할 수 없게 돼 국정은 올스톱된다. 또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폭주를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인 권한쟁의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무력화된다. 민주당은 검찰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이재명 대표에 징역 2년을 구형한 이후 '검찰 압박' 입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수사 검사와 재판관에 대한 위협 등도 서슴지 않는다. 사법부에 이어 헌재마저 무력화시켜 헌정을 마비시키는 게 민생을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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