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화 편집국장
문재인 정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씨가 '9·19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통일하지 말자"며 '남북 2국가론'을 제기했다. 그러자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각각 통일부 장관을 했던 정세현·이종석 씨도 가세해 2국가론에 동조했다. 좌파 인사들의 '통일 포기' 발언은 지난해 12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북남은 적대적 2국가'라며 남한을 통일의 대상이 아니라 쳐부숴야 할 적대국으로 규정한 데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좌파 인사들은 지난 30여 년간 통일 논의에서 북한을 추종해왔다. 북한은 남한에 친북여론을 조성하려고 통일론을 이용했다. 그러나 친북·종북 인사들의 활동이 위축되고 친북여론에 약발이 오르지 않자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남북한 힘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접촉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숨어 있다. 좌파 인사들의 통일 포기론은 여기에 동조하는 것이다.

통일 포기는 예의 좌파의 대중영합적 생리에서 나왔다. 갈수록 통일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의지는 옅어지고 있다. 통일인식 조사를 하면 40% 정도의 국민은 통일에 부정적이거나 현 분단 상황을 현실로 인정하자는 입장을 보인다. 청년층에서 이런 생각은 도드라진다. 먹고살기도 힘든데 먼 미래나 가능할 것 같은 통일 이슈가 관심을 끌기는 힘들다. 오히려 통일을 말하면 현실을 모르는 허황된 주장으로 치부되기까지 한다.

좌파의 주장은 이런 심리를 파고든다. 또 현 상황에서 통일을 한다면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의 길밖에 없다는 점을 잘 아는 친북·종북 인사들은 통일 논의를 피한다.

통일 포기가 스스럼없이 제기되는 이런 환경이 조성된 데는 자유 보수우파의 안일함에도 책임이 있다. 1991년 노태우 정부는 북한정권과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하고 남북관계를 통일을 향한 잠정적 특수관계로 규정한 이래 쌍방의 체제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후 역대 정부는 남북한 평화공존과 교류를 추진해왔다.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북한도 개방으로 나아갈 것이란 일말의 기대를 갖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북한 주민 통제를 강화하면서 빗나갔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 세습 전체주의 체제가 계속되면서 인권탄압은 극에 달했다. 북한 체제를 변화시키려는 노력도 없이 같은 민족이니 시간이 지나면 변할 것이라는 막연하고 감성적이며 종족주의 통일관에 젖었다.

이념과 체제가 상이한 실질적인 '두 국가'가 평화공존과 교류를 한다고 해서 하나가 될 수는 없다. 이런 냉엄한 현실을 안다면, 민족이니 평화니 하는 낭만적 기대에 기댈 게 아니다.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우파는 통일의 원칙과 신념을 공고히 하고 그것을 실행했어야 했다. 가령 보다 많은 북한 국민이 탈북하도록 탈북 루트를 만든다든지, 입국 후 더 보란듯이 적응하고 잘 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했다. 그러나 그런 노력은 미흡했다. 그 빈틈에서 '수구좌파'는 통일논의를 독점해왔다.

통일은 헌법적 명령이다. 헌법 3조·4조는 대한민국의 영토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라고 언명하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을 추구토록 하고 있다. 66조에는 대통령에게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지난 8·15 광복절 축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진정한 광복의 날은 자유민주적 통일을 이룬 날이라며 '통일독트린'을 발표한 것도 이런 헌법적 명령에서 나온 것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2300만 우리 동포는 김정은 노예제 아래에서 신음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등 기본권은 물론 생존을 위한 식량 공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9월 초 홍수로 북한에서는 수천 명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민심이 흉흉하자 김정은 정권은 지방 행정관리들을 희생양 삼아 즉결 처형하는 만행까지 저질렀다고 한다. 기실 근본원인은 김씨 3대의 실정인데 말이다. 처형은 김정은에 돌아가야 할 벌이었다.

김 씨 왕조의 노예로 살고 있는 우리 동포를 해방시키는 길은 오직 통일뿐이다. 통일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5160만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부여된 헌법적 명령이고 의무인 것이다. 통일보다 평화를 주장하는 자들은 그들이 입에 달고 살았던 그 '민족'의 배반자들이다. 싸워서 통일을 이뤄야 할 상황이라면 싸워야 한다. 여전히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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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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