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주가 30%이상 급등
영풍정밀 인수땐 견제 가능성
영풍·MBK, 매수가 인상 주목

고려아연의 주가가 30% 이상 급등하면서 영풍과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공개매수 가격을 올릴지 관심이 쏠린다. 영풍·MBK는 매수가격을 현 주가 수준으로 끌어올릴 경우 최대 2000억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한 데다,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한 영풍정밀의 지분 확보 여부도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있다. 영풍·MBK는 고려아연의 대항공개매수 자금조달이 어려울 것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이런 와중에 영풍과 MBK의 공격을 받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자사 주요 주주인 한화그룹의 김동관 부회장과 최근 회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환화그룹은 신사업인 수소·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고려아연과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오고 있다. 따라서 한화그룹이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고려아연을 도와 '백기사'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의 회동에선 수소·신재생에너지 등 공동 사업을 논의하고, 최근 고려아연이 겪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여론전에서는 정치권, 소액주주에 이어 고려아연 노조와 사외이사진까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에 손을 들어주고 있어 고려아연이 우세를 보이는 분위기다. 재계에서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백기사 확보와 함께,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셈법 여부에 따라 양측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영풍·MBK, 매수가 10% 올릴시 최대 2000억 더 써야

고려아연은 지난 20일 73만5000원에 거래를 마쳐 영풍·MBK가 제시한 공개매수가(66만원)를 11.4% 뛰어넘었다. 이는 영풍·MBK의 공개매수 발표 전인일 지난 12일 대비로는 32%나 뛰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지난 19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공개매수 대상이 주로 기관투자자라며 우선 "현재 가격은 충분히 매력적이다.공개매수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 지분은 대부분 기관으로, 이들은 평균 취득단가가 45만원 아래쪽으로 안다"며 "66만원은 51.4% 정도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가가 급등하면서 공개매수가격을 그대로 두기도 모호한 상황이 됐다. 공개매수 종료일은 내달 4일까지로, 가격 조정은 24일까지 가능하다. 고려아연 주가 급등의 배경에는 MBK의 공개매수에 더해 고려아연이 대항공개매수 가능성이 꼽히고 있는 만큼, 해당 이슈가 이어지는 한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시장 분위기다. 장씨-최씨 두 가문의 특수관계가 해소되면서 대항공개매수는 가능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영풍·MBK가 제시한 고려아연 공개매수 물량은 최소 144만5036주, 최대 302만4881주로 1조~2조원가량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근 종가 기준으로 공개매수 가격을 10%가량 올린다고 가정하면 최소 954억원에서 최대 1996억원이 자금이 더 필요하다.

영풍·MBK는 특히 고려아연과 함께 영풍정밀에 대해서도 공개매수에 나서기로 했다. 목표 수량은 684만주, 매수가는 1주당 2만원으로 총 1368억원이 필요하다.

만약 영풍·MBK가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을 10% 안팎으로 올릴 경우, 영풍정밀에 투입해야 할 자금을 고려아연 지분 매수에 써야 한다는 얘기다. 김광일 부회장은 인수금융 조달과 관련해 "많게는 40~50%가량 차입으로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어 가격을 올릴 경우 차입 부담이 커질 수 있다. MBK는 최소 지분율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공개매수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키로 떠오른 영풍정밀 지분 향방

고려아연은 대항공개매수에 나설 경우 영풍·MBK가 제시한 가격보다 높게 설정해야 해, 주가상승은 마찬가지로 부담 요소다. 자금조달 여부도 미리 계획한 영풍·MBK에 비해 시간도 촉박하다.

다만 주가 상승을 비롯해 여론 등에 휘둘려 영풍·MBK의 공개매수가 실패로 돌아갈 경우 대응여력이 생길 수 있다.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를 저지하는 방안이 유력시 된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했다는 점에서, 이를 확보할 경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세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영풍·MBK를 견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인수비용도 고려아연 지분을 사들이는 것보다 부담이 덜하다. 앞서 김광일 부회장은 "공개매수 성공 후 지분율은 의결권 기준(공익재단 제외) 50%를 넘어간다. 영풍정밀 의결권(1.85%)를 합치면 가능하다"고 말해 영풍정밀 지분 확보 여부가 변수로 떠오른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고려아연 측에서 자금을 확보해 지분 경쟁을 이어나가고자 할 경우, 가장 적은 자금으로 많은 지분 격차를 방어할 수 있는 부분은 영풍정밀"이라며 "지분 취득이 아닌 격차가 목적이라면, 영풍정밀 주가에 프리미엄을 주고서라도 매수할 유인이 발생한다"고 진단했다.여론전에서는 고려아연이 우위에 선 모습이다. 정치권과 지역사회, 소액주주, 고려아연 사외이사진 등 대부분이 고려아연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고려아연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현대차, LG화학 한화 등은 백기사로의 등장 여부는 미지수지만, 의결권에서는 고려아연 편에 설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시장에서는 일본 소프트뱅크부터 한국투자증권 등 다양한 백기사 후보군이 거론되고 있다. 이외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영풍·MBK의 공개매수에 응할지도 미지수다.

◇"대항공개매수·자금조달 어렵다" 고려아연 견제

MBK는 이날 배포한 자료에서 증권사·법무법인 관계자의 말을 빌려 "최씨 일가가 주식담보대출을 받아서 자금을 모아도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증권사에서 최씨 일가에게 일반적으로 주식담보대출을 해주는 수준을 벗어나 대규모 대출을 할 경우사법 리스크가 부각된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투자증권이 통상적인 수준보다 높은 LTV(담보인정비율)로 대출을 제공하는 것을 염두해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MBK는 "최씨 일가의 지분 15.6%에 이러한 기준을 적용 시 이론적으로 최대 5000여억원 정도의 주담대가 추산된다"면서도 "최 회장 개인 지분이 1.8%에 불과하고, 15.6%에는 주담대가 불가능한 외국인 보유 물량도 있다. 주담대를 제한하는 증권사들의 내부 규정도 있어 5000여억원은 말실현 가능성이 낮은 이론적인 수치"라며 고려아연의 자금조달 가능성을 낮게 봤다.

영풍·MBK는 또 이날 글로벌 투자 리서치 플랫폼 '스마트카르마'의 리서치 노트를 정리해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고려아연의 대항공개매수에 대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카르마는 "다른 대형 사모펀드(PE)나 재벌 기업들이 최윤범 회장을 도울 가능성을 고려하더라도, 2조원은 적은 규모가 아니기에 자금 모집 여부가 문제"라고 말했다.

또 "한국투자증권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충분한 자금을 모으지 못할 경우, MBK와 장씨 가문에 대적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한국투자증권과 다른 PE들이 충분한 자금을 모았을 경우 MBK가 지적한 사항들이 해결되기 어려워 기관투자자·기타 법인, 개인 등 기타주주들이 더 큰 우려를 표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려아연 사외이사들은 최근 입장문을 내고 MBK에 대해 투기자본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사모펀드의 속성상 기업의 중장기적인 성장보다는 핵심자산 매각, 인력 구조조정 등을 통한 단기적인 기업가치 제고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다"며 "사모펀드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취득하는 경우 회사 구성원과 지역사회, 이해관계자들은 심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최윤범(왼쪽부터)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각사 제공.
최윤범(왼쪽부터)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각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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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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