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제로 서학개미는 미국 주식을 쓸어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3~20일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 3억4992만달러를 순매수했다. 이달 5~12일보다 순매수 규모가 더 커졌다. 이 기간 원·달러 환율이 하락해 미국 주식을 들고 있던 투자자라면 그만큼 환손실이 발생한 셈이지만 서학개미들은 베팅했다. 추가 주가 상승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좀처럼 식지 않는 서학개미 열풍이다. 답답한 국내 증시를 떠나 미국 증시로 향한 투자자 덕분에 증권사들 역시 역대급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렇게 주식 이민자들이 늘어나자 금융당국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주가를 끌어 올리겠다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놨다. 하지만 약발이 안 먹힌다. 떠들썩하게 시작했던 밸류업 프로그램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치는 양상이다.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국내에서 외국 증시로 옮겨가는 것을 말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주식시장이 미국 주식시장보다 수익률이 높다면 '주식 이민'을 가라고해도 가지 않을 것이다. 핵심은 우리 증시의 매력도를 높이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과감한 제도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주주 환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 투자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금투세는 강행하지 말고 폐지하는게 바람직하다. 국내 주식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의 역할도 키워야 한다. 조속히 밸류업 프로그램을 보완해 나가 투자자 신뢰를 회복시켜야 한다. 애국심에 호소해서 한국 주식을 사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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