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 전문위원에 고등법원 자동차 관련 감정위원,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 공익위원, 전기차 사업발굴위원회 전문위원, 전기차 안전성 평가위원회 기획위원, 한국자동차환경연합 회장…….'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가 맡고 있는 대외 직함은 무려 20개에 달한다. 학문적 연구를 넘어 정책적 자문과 법률적 활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활동이 자동차 산업과 깊이 연관돼 있다.

지금에야 완성차업계에서 그의 이름 석 자를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그의 시작은 '타이어'였다. 자동차 서스펜션 평가장치의 반능동 제어 분야를 연구하는데 당시 타이어의 노면 흡수 정보가 없었다. 타이어 회사들이 대외비로 취급하는 정보인 만큼 제대로 된 데이터를 얻을 수 없었다.

이 교수가 직접 타이어에 대해 연구하고 교육할 수 있는 학과를 설립하기로 결심한 계기다. 정보 공개가 활발하지 않은 2002년이었기에 교제조차 없는 시작이었다. 그는 한국타이어에 매번 자료 동냥을 마다치 않았다.

"저는 대기업들에게 항상 부탁하고 의존해야 하는 위치였습니다. 학생들을 위해 강의를 부탁하고 취업을 부탁했죠.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는 없을까'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도권을 잡는 방법은 영향력을 키우는 것 뿐인데 답은 연구밖에 없었죠."

그가 고민 끝에 선택한 방법은 삼성교통안전연구소와의 공동 연구를 통한 타이어 폭발 원인 규명이었다. 당시 여름철 시내버스 타이어 폭발 사고는 단골 뉴스였다. 그는 결국 재생타이어의 품질 문제와 천연가스 버스의 온도 상승 문제 등의 복합적인 구조적 요인들이 타이어 폭발의 원임을 규명해 냈다.

타이어업계가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의 연구 덕분에 시내버스 타이어 파열 사고 뉴스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그가 설립한 타이어학과의 1·2회 졸업생들은 전원 100% 취업에 성공했다. 지금 대덕대 자동차학과의 전신이다. 현재도 전원 취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타이어학과도 위기가 있었습니다. 졸업생 중 한 명이 잘못된 노조 활동을 해서 한국타이어가 '대덕대 졸업생을 더 이상 한명도 채용하지 않겠다'고 결정했습니다. 3·4회 졸업생들의 취업이 전혀 되지 않았죠. 저는 사표와 함께 한국타이어에 '학생 한 명의 문제를 전체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손 편지를 썼어요. 다행히 당시 김광원 한국타이어 부사장이 '졸업생들을 다시 보내달라'고 해 위기를 넘겼습니다. 지금까지 잘 운영되고 있어요. 제가 학교와 학과의 홍보를 따로 할 필요가 없어 감사합니다."

언론도 그를 찾기 시작했다. 첫 KBS 인터뷰 후 그는 방송에서 떨지 않는 방법을 고민했다. 대전 교통방송의 생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매주 나가기로 해놓고 원고 준비부터 발성까지 연습했다고 한다. 단순히 말발이 좋거나 운이 좋다는 세간이 평가는 겉으로 보이는 결과만 본 것이었다.

일부 사람들은 '이 교수는 서스펜션과 타이어 전문가인가 무슨 자격으로 배출가스 문제와 전기차에 대해 논하냐'고 비난한다. 특히 그는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태 당시 쓴소리를 하면서 이런 비판을 많이 받았다.

"박사의 진정한 의미는 한 분야에만 갇히지 않고 새로운 관심사를 깊이 탐구해 그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는 능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서스펜션을 연구했다고 평생 '서스펜션 분야 외에는 몰라요' 하는 것은 진정한 연구자의 자세는 아닌 것 같습니다. 배출가스는 교육기관 협의회에서 17년째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 역시 새 분야에 도전하고 전문가가 되기 위한 노력입니다."

그의 열정 덕분에 제도적 성취로 이어진 것은 한둘이 아니다. 고속도로 운전 중 환기의 필요성을 처음 알린 것도 그다. 이산화탄소 농도 체크는 고속도로 안전 지침에 반영된 데다 현대차 제네시스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2000ppm을 넘으면 자동으로 환기되는 장치를 장착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사고를 계기로 전기차 배터리 충전율 기준을 90% 이하로 해야 한다고 처음 권고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 같은 과충전 방지 대책을 현재 고심 중이다.

"배터리 충전량을 90%만 채운다고 해도 화재가 100% 예방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 운전자들은 주행거리 손실을 느끼게 됩니다. 500㎞ 주행거리를 못 채울 때 사용하지 못하는 100㎞의 주행거리 손실 비용은 누가 책임질 것인지의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주행거리 손실에 대해 항의할 것이고, 차량 가격에서 배터리 사용량에 비례한 가격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큽니다. 배터리회사가 납품가격을 낮출 것인지 아니면 완성차회사가 이 부분을 감수할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그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확충과도 연관돼 있다고 강조했다. 전국의 충전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500㎞를 충전하지 않고도 400㎞만 충전해도 불편함이 없다면 소비자들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가 수소차 전파자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5년째 현대의수소차 '넥쏘'를 타고 있다. 넥쏘는 국내 유일의 수소차다. 그는 수소차의 후속 모델을 기다리고 있다. 내년에 후속 모델이 나오면 고민의 여지 없이 또 산다는 것이다.

"전기차가 위험해서 안 타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전기차는 고속주행 등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차지만 가족이 타는 세단으로 제게는 승차감이 떨어집니다. 수소차는 승차감도 좋고 겨울철 일충전 주행거리 감소 부분도 별로 없어요. 대전의 수소차 충전 인프라도 좋아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6분이면 충전합니다."

"수소는 매우 가벼운 원소로 공기 중에 바로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오히려 폭발 위험이 적은 차입니다. 기술적으로도 폭발할 확률이 매우 낮다는 점에 대해 테스트 결과들을 충분히 확인하고 구매했습니다. 수소차는 일반적인 조건에서 폭발 위험성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완성차업계의 규제 환경이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조사들은 고객이 알아야 할 정보를 최대한 숨기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 같은 정보 비대칭성은 법적 구조의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한국은 대부분 법에서 명확하게 허용된 것만 하는 포지티브 방식이기 때문에 그 외의 것은 사용이 제한됩니다. 반면 외국은 법에서 금지된 것만 하지 않으면 나머지는 모두 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외국의 법적 환경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접근이 가능하게 합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법적인 제약이 완화되고 더 많은 창의적 시도가 가능해져야 합니다."박한나기자 park27@dt.co.kr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가 12일 디지털타임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한나 기자.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가 12일 디지털타임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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