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이웃 주민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된 백모(37)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이웃 주민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된 백모(37)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면식도 없는 이웃 주민을 일본도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1일 구속됐다.

이 남성은 "나의 범행 동기는 나라를 팔아먹은 김건희와 중국 스파이를 처단하기 위해서"라는 황당한 주장을 했다. 그는 또 "이들이 중국과 함께 한반도 전쟁을 일으키려 했다"고 하는 말하는 등 정신병으로 의심되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살인 혐의를 받는 백모(37)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증거 인멸 우려와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백 씨는 법정으로 들어가던 중 취재진의 '피해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또 '피해자가 미행한다고 생각해 범행했느냐'는 질문엔 "네"라고 답했으며, 마약검사를 거부한 이유에 대해선 "비밀 스파이들 때문에 안 했다"고 했다.

영장 심사를 마치고 나온 백씨는 "나의 범행 동기는 나라를 팔아먹은 김건희와 중국 스파이를 처단하기 위해서"라며, 이들이 중국과 함께 한반도 전쟁을 일으키려고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심신 미약이 아니다. 멀쩡한 정신으로 (범행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백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30분쯤 은평구 아파트 정문 앞에서 날 길이 75㎝의 일본도를 휘둘러 같은 단지 주민인 남성 A(43)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백씨는 잠시 담배를 피우러 나왔던 피해자의 어깨 등을 벴으며, A씨가 근처에 있던 아파트 관리사무실 쪽으로 가 신고를 요청한 이후에도 여러 차례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병원에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백 씨는 산책 과정에서 피해자와 마주친 적이 있을 뿐 개인적 친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파트 주민들에 따르면 백 씨는 평소 아파트 단지에서 혼자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하는 등의 돌출 행태를 보여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에 다니다 올해 초 퇴사했다는 그는 놀이터에 일본도를 들고 나와 아이들에게 '칼싸움을 하자'며 접근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백 씨의 이런 언행들로 볼 때, 그가 정신병으로 '심신상실' 상태에서 범행한 것이 인정될 경우 무죄가 내려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살인을 해놓고도 정신병이 인정돼 무죄를 받는 경우가 드물긴 하지만, 간혹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백씨의 정신 병력 여부와 구체적인 범행 경위를 조사 중이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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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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