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임명을 계기로 '청문회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후보자 능력 검증은 뒷전인 채 신상털기 자리가 되기 일쑤고 하자가 있어도 대통령이 임명하면 그만인 청문회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2일 오전 10시 전체회의에 이 위원장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앞서 과방위는 지난 26일 전체회의에서 오는 2일 방통위 파행 운영과 방통위원장 후보자 의혹 검증을 위한 현안질의를 예고하며 이 위원장을 비롯한 조성은 사무처장, 김영관 기획조정관, 이헌 방송정책국장 4명을 증인으로 채택한 바 있다. 오는 2일 현안질의가 진행된다면 이는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연장전이 될 전망이다.
과방위는 지난 24일부터 사흘간 이 위원장의 청문회를 진행했다. 이는 이례적인 것으로 국민의힘은 '방송 장악을 위한 야당의 트집 잡기'라고 비판했고 2일 전체회의도 의사일정 합의가 없었던 만큼 이 위원장의 청문회를 연장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공세를 폈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최형두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2일 이 위원장의 상임위 증인 출석은 "꼼수"라며 "정치적 쇼"라고 지적했다.
인사청문회는 고위공직 후보자의 도덕성과 업무 수행 능력 등을 검증하는 자리다. 그러나 국회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수교대를 이어가며 청문회를 본 취지와 거리가 먼 정쟁의 장으로 활용해 왔다. 이 위원장의 청문회 역시 자질 검증보다 '뇌 구조', '자연인' 발언 등 후보자와 여야의 막말 논란에 화제가 집중됐다.
정권을 막론하고 대통령실에서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와 무관하게 임명을 강행하는 것도 청문회 실효성에 의문을 낳는다. 윤석열 정부가 이날 이 위원장까지 포함해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한 장관급 인사는 총 25명이다. 문재인 정부도 임기 5년간 34명의 장관급 인사를 야당 동의 없이 임명한 바 있다.
청문회 무용론이 불거질 때마다 국회에서는 입법 보완책을 내놨다. 그러나 대부분 폐기된 데다 이마저도 실효성을 높이기보다 청문회의 강제력을 높이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발의했다가 폐기된 '김행랑(김행+줄행랑) 방지법'의 경우도 청문회 중 사유 없는 퇴장을 하거나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처벌하도록 하는 게 골자였다. 이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의원은 지난 29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사흘간의 체력 테스트에 이어서 공직후보자에게 어떤 험한 험담과 심한 인신공격을 할 수 있나를 보여주는 경연장 같다"며 "공직 후보자를 마치 피고인 다루 듯 국회의원은 그렇게 험하게 해도 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이진숙 당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26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