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을 대중화시킨 업적으로 공로상을 수상한다면,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뜨거운 기업인 OpenAI가 선보인 생성형 인공지능 ChatGPT 서비스가 가장 유력할 것이다.
인공지능 ChatGPT는 첨단기술 활용 대중화의 길을 열었다. 기존에는 컴퓨터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사람들만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인간이 일상의 언어로 손쉽게 기계와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전문 지식의 민주화를 이루어 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렇게 말을 잘하는 기계를 도대체 어떻게 만든 것일까? 필자가 올해 스탠포드에서 방문학자로 지내면서 실리콘밸리의 생성형 인공지능 전문가들을 만나고 들었던 이야기 중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만들 때 그 누구도 기계에게 언어를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들은 언어학자이기 보다는 인공지능 학습에 특화된 방법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다. 기계에게 직접 언어를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고, 다만 기계 스스로 언어를 터득하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주었을 뿐이다.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에게 바둑을 가르치듯 한 것이 아니라, 기계 스스로 대국을 공부하면서 승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다음 수를 탐색하도록 한 것이다. 기계 스스로가 해당 규칙을 잘 터득할 수 있도록 대규모 하드웨어 장치와 빅데이터를 제공해준 결과이다.
인공지능을 만들 때 전문지식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고, 학습 방법론에 대한 지식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점이 중요하다. 앞으로 의료, 법률, 금융 등의 분야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 챔피언들이 만들어질 것인데 이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인공지능 학습에 특화된 방법론 전문가가 만들 확률이 훨씬 크다.
즉 방법론 전문가가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 없이 해당 산업을 혁신하게 된다는 뜻이다. 예컨대 필자는 금융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시장수익률보다 높은 수익을 만드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찾는 인공지능을 만드는 데 성공하여 그 결과를 학회에 발표하거나 자산운용업계 전문가들과 협업을 하고 있다.
분야 전문성 없이 인공지능 스스로 어떻게 어려운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가? 딥러닝에서 유명한 보편근사정리 (Universal Approximation Theorem)에 의하면 인공신경망 상에서 모든 연속함수를 표현해낼 수 있다는 것이 이론적으로 보장되어 있다.
쉽게 말해 어떠한 행위가 학습이 가능하다면, 인공지능은 반드시 그것을 구현할 수 있다. 심지어 인간이 그것을 기계에게 어떻게 학습시킬지 모르는 고난도 문제라고 하더라도 인공지능은 그것을 근사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기존에 생각지도 못했던 초지능을 가진 인공지능이 만들어지는 단초가 여기에 있다.
방법론 전문가들은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서버와 빅데이터에 대한 답을 찾아 인공지능을 만들어 낸다. 이들의 시도가 각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상용화되려면 규제의 벽을 넘어야 한다. 앞서 설명한 자산운용 인공지능은 수많은 데이터가 이미 시장에 공개되어 있어 개인정보나 저작권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자산 가격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 탄생할 수 있었다.
물론 필요한 규제도 있고, 데이터에 대한 지적재산권이나 개인정보 보호도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우선규제 후 사후허용 방식으로는 공급자나 사용자 모두 실제로 기술을 활용해보는 기회를 갖기 어렵다. 특히 방법론 전문가는 해당 분야의 규제를 잘 알지 못하므로 우선허용 후 사후규제를 적용해야 인공지능 산업화를 촉진할 수 있다.
기술 혁신이 산업화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역사에서 그 물꼬를 터주어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2023년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인공지능 자율주행 택시의 상업적 운행을 허락해준 의미를 깊이 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첨단 기술은 첨단 규제를 필요로 하므로 그것을 고민하는 사회적 합의와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신뢰할 수 있는 첨단기술 활용 합의 프로세스를 갖춘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