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존엄사
비류잉 지음 / 채안나 옮김 / 글항아리 펴냄



의학의 발전은 수명 연장뿐 아니라 중증 질환으로 위기에 처한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안겼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생의 마지막 수년 정도를 병상에서 지내거나 삶의 질이 극도로 저하된 상태로 보낸다. 이에 현대의학을 활용해 되도록 오래 사는 것이 좋은지, 혹은 인간의 존엄성이 의문시되는 상황이 되면 차라리 생을 마감하는 것이 나은지 곳곳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연명치료와 존엄사를 둘러싼 갈등이다.

대만 위생복리부 타이중병원 재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 비류잉(畢柳鶯)은 소뇌실조증이라는 병에 걸린 그의 어머니가 단식이란 방식으로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소개하며 환자의 자기 결정권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어머니는 열정적으로 재활 치료에 임했지만 혼자서는 생활을 전혀 할 수 없을 정도로 증상이 악화됐다. 살아 있는 것에 의미를 잃고 불편과 고통을 참는 것이 일상이 되면서 어머니는 단식을 통한 '자주적 존엄사'를 하기로 결정한다. 3주 동안의 점진적 단식으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생을 마감했다. 저자는 자신의 어머니가 "평온히 눈을 감으셨다"고 전한다.

반세기 전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집에서 임종했었다. 그러나 현재는 80%정도가 요양기관에서 사망한다고 한다. 이런 상황은 의학 기술의 발전, 법적·제도적 제약, 병원의 소송 회피 경향, 죽음에 대한 대화를 기피하는 문화 등과 결합해 발생하고 있다. 여기서 '사망 자결권'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책은 그저 연명 상태에 있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는지, 혹은 타인의 선택을 제한할 자격이 있는지를 묻는다. 대만 사회의 현황과 사례를 주로 다루지만 노인 빈곤, 환자의 자기 결정권 등이 이슈가 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논쟁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박영서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