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원 희망커넥트 대표 열악한 가정서 자라는 아이들 찾아 학습·진로면담·코칭 등 맞춤지원 후원자에 믿음 주는게 고객만족… 투명성 보장된 시스템 구축이 목표
남상원 ㈔희망커넥트 대표. 희망커넥트 제공
미취학 시절 아버지의 병환으로 갑작스럽게 경제적 취약계층, 생활보호대상자가 된 한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여의치 않은 환경에서도 이웃들의 관심과 응원으로 희망을 키워가며 학창시절을 보내고 어엿한 성인 남자가 되어 사회로 나올 수 있었다.
남자는 국내 1위 이커머스 기업에 취직해 바쁜 나날을 지내다보니 어느덧 중년에 접어들었고, 그 동안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일을 더 늦기 전에 시작해 보기로 결심한다.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희망 수혈'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아이들과 선한 어른들을 연결해주는 '희망 커넥터'로서의 삶을 살기로 한다. '쿠팡인(人)'에서 비영리법인(NGO) 대표로 인생항로를 바꾼 남상원(41·사진) 희망커넥트 대표의 얘기다.
19일 서울 용산역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난 남상원 대표는 희망커넥트가 있는 대전과 후원자, 잠재 후원자, 협업 기업들이 있는 서울을 쉴 새 없이 오가고 있었다.
자리에 앉은 그는 급한 소식을 전하듯 "세상에 나온 아이들이 잘 자라날 수 있게, 체계적으로 도움을 주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그 점을 꼭 말하고 싶다"고 운을 뗐다.
그러고 나서는 꺼내기 쉽지 않은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줬다. 남 대표는 "미취학 시절 부친의 병환으로 집안이 경제적 취약계층으로 전락했던 경험이 있다"면서 "생활보호대상자가 되어 가끔씩 선한 단체의 쌀, 김치, 학용품 등의 후원물품을 받았고, 사회의 관심과 응원을 느끼며 다행히 일탈에 빠지지 않고 무사히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성인이 되고부터도 대학 진학은 했으나 학비, 생활비를 벌어야 해서 아르바이트에 치중하느라 학업에 소홀한 적도 있었다. 그때 선한 노부부가 학교에 조성한 장학금 덕분에 학업을 이어가고 공모전에도 도전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때 도전한 다수 공모전에서 탄 상과 상금 덕분에 학비와 생활비가 해결되는 선순환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공모전 수상 이력으로, 서브프라임 상황에서도 졸업 전에 취업에 성공했다"며 "고마운 분들의 선한 영향력이 누군가의 인생에 큰 나비효과가 되는 경험을 했다. 그 나비효과를 믿는 만큼, 저에게 힘이 됐던 선한 영향력이 처지가 어려운 아이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비영리법인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희망커넥트 운영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다. 원래는 직장을 다니며 위탁가정을 준비했었다. 남 대표는 "위탁가정을 하려고 자금을 투입해 3층짜리 건물도 사고 7000만원을 들여 인테리어도 했다"면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위탁가정도 운영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준비했는데, 우리부부에게 양육경험이 없어서 인·허가가 나오지 않더라"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남 대표는 "그 때 한 번 크게 반성을 했다. 이 분야에 몸 담고 있는 분들도 관련 전공, 혹은 종교적 사명을 갖고 하시는 건데 건방졌음을 깨달았다"면서 "직장생활이 잘 풀려 돈 좀 모았다고, 돈만 투자하면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잘못 생각했던 거다. 제대로 배워 이 분야에 플레이어로 뛰어보자고 마음을 먹게 됐고, 그래서 사표를 냈다"고 전했다.
현재 그는 희망커넥트를 운영하면서 아동·청소년들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다. 원가정에서 양육되고 있으나 시설보다 훨씬 열악한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제보다.
제보를 받으면 가정 방문, 개별 면담 등을 진행해 학습지원, 심리검사, 심리상담, 진로면담, 코칭 등 상황에 맞는 지원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
그는 희망커넥트를 통해 미성년자 뿐만 아니라 20대 초반의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을 돕기 위한 '희망나침판' 사업도 전개 테이다. 자기계발비 지원과 함께 재테크·연예·성·직장예절·경조사 등 성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실질적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건강한 근로자가 되도록 응원하는 사업이다.
남 대표는 "대한민국 청소년 기본법 제3조 1항에 따르면 '청소년이란 9세 이상 24세 이하인 사람을 말한다'고 규정돼 있다. 법적 성인이어도 해당 연령까지는 사회와 어른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필요성을 국가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현실은 어려운 환경에 처한 청소년에게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연령'이라는 이유로 행동에 따른 책임이 강조되지만, 어려운 환경에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도움은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남 대표는 무엇보다 실질적인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지원하고 있는 아이들은 평범한 청소년보다 세상 물정에 어두운 아이들이 많다보니 각종 사기나 불이익에 취약하다"면서 "특히 거주문제가 그렇다. 전세 사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시세나 조건대비 악조건의 부동산 임대차 계약도 이들을 대상으로 많이 이뤄진다"고 전했다.
이어 "시세대로의 안정적인 원·투룸 임대차를 정책적 차원에서 제공해 기댈 곳 없는 아이들의 코흘리개 돈을 노리는 나쁜 어른들로부터 지켜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023년 희망커넥트를 설립해 NGO라는 세계에 발을 들인 그는 비영리단체가 단순히 사회복지적 관념으로만 운영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이곳을 이끌고 있다.
남 대표는 "인풋(후원금) 대비 최대 효율의 아웃풋(아이들 지원)을 내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운영하고 있다"면서 "단체의 후원금은 기업의 매출에 해당하는 부분이며, 기업의 원가에 해당하는 부분은 아이들을 돕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원가율을 최대한 높여 최대한 많은 아이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 만족도 중요하다. 후원자에게 '내가 후원하는 돈이 잘 쓰이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게 고객만족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많은 NGO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이러한 부분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가 희망커넥트의 중장기 목표의 방점을 '투명함'에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남 대표는 "투명함, 단체가 진심된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통해 더욱 많은 아이들이 희망커넥트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그 구조를 따라하는 단체들도 더 많이 생기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그는 강산이 변한다는 십년의 시간 동안 도움을 받았던 아이들이 도움을 주는 성인으로 희망커넥트를 찾아오는 모습을 그리며 오늘도 대전과 서울을 분주히 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