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연인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과 관련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소성욱씨와 김용민씨(오른쪽)가 재판이 열린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소감을 밝히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연합뉴스>
동성 연인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과 관련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소성욱씨와 김용민씨(오른쪽)가 재판이 열린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소감을 밝히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연합뉴스>
동성 연인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과 관련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소성욱씨와 김용민씨(오른쪽)가 재판이 열린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마주 보며 미소 짓고 있다.<연합뉴스>
동성 연인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과 관련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소성욱씨와 김용민씨(오른쪽)가 재판이 열린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마주 보며 미소 짓고 있다.<연합뉴스>
동성 배우자에 대해 사실혼 관계의 이성 배우자와 똑같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오자 성소수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11년 동안 동성 연인과 교제 중인 남성 '삼식'(가명·34)씨는 동성 커플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한 최근 대법원 판결에 "이렇게 오랫동안 만나 사랑해도 한국에서는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사실에 늘 마음이 불편했다. 투명인간 취급만 당하다가 대법원 판결 생중계를 보는데 조금이나마 인정받는다는 생각이 들며 눈물이 왈칵 났다"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퇴사하며 건보료를 지역가입자 자격으로 내던 터라 이번 소송 당사자들의 처지에 더 공감했다고 한다.

삼식 씨는 다음달 구청에 혼인 신고서를 제출하기로 결심을 굳혔다. 이전부터 계획했던 일이지만 이번 판결이 결정타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작년 4월 미국 하와이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까지 마쳤으나 한국에서는 혼인 신고서를 제출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2022년 3월 지자체의 가족관계 등록 전산시스템이 정비되면서 적어도 행정 절차상으로는 성별에 상관없이 혼인신고를 할 수 있게 됐지만, 동성 부부가 신고서를 내면 법원은 '현행법상 수리할 수 없는 동성 간의 혼인'이라며 받아들이지 않는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22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이처럼 전국 지자체에 접수됐으나 수리되지 않은 동성 간 혼인신고는 모두 33건이다. 삼식 씨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지만 자기 성적 정체성을 알리고 이를 통계에 남기려 혼인 신고서를 제출하려 한다.

삼식 씨는 "떳떳하게 결혼할 권리를 얻어내기 위해 머릿수라도 보태고 싶은 마음"이라며 "결혼을 원하는 성소수자들이 이렇게 많다는 걸 보여줘 동성혼 법제화의 입법 근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레즈비언 부부로 잘 알려진 김규진(33)씨의 사례도 비슷하다. 그는 2019년 미국 뉴욕에서 동성 파트너와 언약을 맺은 뒤 작년 기증받은 정자로 시험관 시술을 받아 국내 레즈비언 부부 중 처음으로 아이를 낳았다. 김씨는 2020년 결혼 1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청에서 혼인신고를 하려 했으나 4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씨는 "이번 판결을 통해 언젠가 우리 부부 모두 딸 '라니'의 법적 어머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며 "누군가 벽을 뚫고 나가지 않으면 우리의 존재는 기록에도 잡히지 못한다. 주변의 성소수자 부부들을 모아 함께 다시 구청에 가서 혼인 신고서를 제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성소수자 인권센터인 '신나는센터' 이사장인 영화감독 김조광수(59)씨의 경우 2014년 혼인신고를 수리하지 않은 서울 서대문구청을 상대로 불복 소송을 내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1심 재판부는 "헌법과 민법 등 관련법이 구체적으로 성구별적 용어를 사용해 '혼인은 남녀 간의 결합'이라는 점을 기본 전제로 놓고 있다"며 각하했다. 항고 역시 기각됐다.

김조 이사장은 연합뉴스에 "우리 사회가 좀처럼 변화의 움직임이 없는 것 같아 답답했는데 그래도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앞으로 한 발짝씩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성소수자 당사자들이 이 벌어진 틈을 더 열어보고자 계속 움직인다면 동성혼 법제화로 가는 길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삼식 씨도 언젠가 여느 부부처럼 '혼인관계증명서'를 건네받을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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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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