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사(宋史) 범순인전(范純仁傳)에서 유래했다. 범순인(范純仁)은 중국 북송 때의 저명한 정치가이자 학자였던 범중엄(范仲淹)의 차남이다. 범순인은 우애가 깊어 심장병을 앓고 있는 형을 마치 부모 모시듯 지극정성으로 돌봤던 인물로 유명하다. 또한 그는 어진 정치를 베풀어 백성들의 칭송이 자자했다. 그는 혹독한 형벌 대신 관용을 베풀었다. 좀도둑을 훈방해준 것이다. 그러자 도둑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이렇게 인품과 능력이 휼륭했던 범순인은 '인수지우 책인즉명, 수유총명 서기즉혼(人雖之愚 責人卽明, 雖有聰明 恕己卽昏)'이라는 구절을 남겼다. '아무리 어리석은 사람일지라도 남을 꾸짖을 때는 밝고, 똑똑한 사람도 자신을 용서하는 데에는 어두운 법'이라는 의미다. 이는 그의 평소 생활신조였고, 자녀들에게 교훈으로 남긴 말이기도 했다.
우리들은 잘못을 저지르고도 이를 인정하고 뉘우치는데는 인색하다. 게다가 잘못을 미화하기도 한다. 이를 두고 문과식비(文過飾非)라는 성어가 만들어졌다. 잘못이 분명히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도리어 잘난 체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정치에서도 흔히 있다. 남을 비판할 때는 먼저 자신을 성찰해야 하건만 무조건 타인에 대한 비판에만 몰두하는 것이 문제다. 남의 눈의 티는 보면서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는 것이다. 비판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자기 성찰부터 갖춰야 한다. 잘못은 남이 아닌 자신에게 찾아라. 이를 깨닫고 인정하는 정치를 꿈꿔본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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