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한은) 총재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한판 붙었다. 고물가의 원인을 두고 서로 '네탓'을 하는 양상이다. 이 총재가 사과, 돼지고기, 소고기 등 생활물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보다 약 60% 높으며, 그 이유 중 하나는 수입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라고 한데 대해 송 장관이 발끈한 것이다. 이 총재는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송 장관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출신이다. 기준금리 조정만으론 물가를 못잡고 구조개선이 시급하다는 이 총재의 말은 일리가 있지만, 그렇다면 한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한은법 1조는 한은의 설립목적으로 '물가안정'을 명시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8일 "식료품, 의류 등 필수소비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어 국민들이 (물가 상승 둔화를) 피부로 잘 느끼지 못한다"며 "어떤 구조개선이 필요한지 고민해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산물 가격이 높은 원인으로 낮은 생산성, 유통비용, 제한적 수입 등을 꼽았다.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한은이 농산물 수입 확대를 포함한 유통구조 개선을 제안한 것이다. 그러자 송 장관이 공개적인 반박에 나섰다.송 장관은 "FAO(유엔식량농업기구) 데이터를 보면 한국 물가는 OECD 38개국 중 19위로 중간 정도 수준"이라며 "농업 생산성이 낮게 나오는 것은 고령 영세농가가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총생산(GDP) 중 교역량 비중으로 농업 수입개방 수준을 따지면 오히려 개방도가 너무 높아 문제"라고 주장했다.

재정정책과 함께 경제정책의 두 축인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은은 물가를 책임져야 하는 기관이다. IMF(국제통화기금) 아시아태평양국장 등을 지낸 이 총재는 틈날 때마다 노동시장 구조조정, 경쟁 촉진 등 구조개혁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고물가조차 구조적 문제라고 치부하는 건 물가안정이라는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는 한은의 핑계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2377명의 임직원에 1인당 평균 연봉이 1억331만원(2022년 기준)에 달하는 거대 조직이다. 한해 인건비로만 2500억원 가까운 돈을 쓰면서도 성과를 못낸다면 민간 기업이라면 진즉 문을 닫아야 했을 것이다. 총재가 구조적 문제에 대해 충언을 하는 것도 좋지만 먼저 본연의 임무 완수에 총력을 기울이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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