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 반대에 민생법도 내던져 보수 진영서 '여야 바뀐듯' 비판 국민의힘이 제21대 국회 막판까지 정책 주도권을 상실한 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도층을 겨냥한 거야의 정책공세에 시종 끌려다니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대 국회 종료 엿새 전 타협하자며 던진 국민연금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 모수개혁안을 놓고 허둥댔다.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는 구조개혁 동시 추진을 명분으로 이 대표의 제의를 거부하고 여야정협의체 구성과 22대 국회 첫 정기국회 내 처리를 제안했지만 '반대'만 각인됐다.
보험료율 인상(9→13%) 부분은 여야 공통이었지만 타결을 미루고, 이 대표의 소득대체율 44%안을 거부하면서 청년세대의 연금 불신 여론을 띄워 전선을 넓혔다. 차기 당권주자군인 나경원 당선인과 윤상현 의원은 지난 27일 각각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와 SBS라디오에서 "모수개혁이라도 진행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당의 입장과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정책 금기 깨기도 민주당이 먼저다. 2005년 노무현 정부 시절 도입한 종합부동산세 손질론이 민주당에서 나온 것이다. 친명(親이재명) 박찬대 원내대표가 이달 초 주택가격 불문 1주택 실거주자 종부세 면제를 거론했고, 친문(親문재인) 고민정 최고위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종부세 폐지'를 말했다가 내홍 중심에 섰지만 당내 공론화 단계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여당의 경우 추 원내대표가 지난 26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야 '연금개혁과 종부세 정책 전환을 민주당이 주도하는 것 같다'는 기자 질문을 받고 "민주당 다수 의견인지 모르겠지만 적극 환영한다"며 "당 자체적으로도 종부세를 포함한 세제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정책 주도권에 관해선 말을 아꼈다.
보수 내에서도 '여야가 뒤바뀐 듯한 풍경', '정책 주도권 잃고 허둥지둥 여당 맞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3대 개혁 일환인 연금개혁에서 타협 여지를 찾고도 대통령실과 여당이 "특검법이 포함된 국회 본회의 전체를 반대한 것이고 연금법이 휩쓸렸다"는 표현마저 나왔다.
친윤(親윤석열)계인 유상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여당은) 구조개혁 부대조건 합의가 되면 (소득대체율) 44%도 논의할 수 있다는 안이었다"며 "실체를 정확히 알고 썼는지 의문"이라고 불쾌감을 내비쳤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연금개혁 논의가 없었다고 재론하기도 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모수개혁안은 받는 게 좋았다. 여기까지 합의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22대 국회 논의를 먼저 못 박아 여당이 협상력을 잃었고, 주도권 상실로 이어졌다고 봤다. 야당 내 종부세 손질론의 경우 일시적으로 중산층 환심을 사는 정략이 아니라면 실천 여부가 관건이라고 했다.한기호기자 hkh89@dt.co.kr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처리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