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최태원·정기선 등 총출동 무함마드 "한국 좋아… 같이 하자" 300억달러 투자약속 후속성과 기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재계 총수들이 28일 1박 2일 일정으로 국빈 방한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 만났다. 재계는 작년 1월 윤석열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에 이어 이번 회동에서 친환경 에너지와 원자력발전소, 모빌리티 등에 대한 추가 수주, 사업협력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이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구본상 LIG 회장 등이 참석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조만호 무신사 총괄 대표 등도 이날 자리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간담회는 무함마드 대통령이 요청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회장이 이날 오전 일찌감치 롯데호텔을 찾은 데 이어 대부분의 참석자는 오후 1시 전후로 속속 롯데호텔에 도착해 면담장으로 향했다.
간담회는 2개 세션으로 나뉘어 총 1시간가량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태원 회장은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좋은 말씀을 많이 나눴다"고 말했고, 정기선 부회장은 "(무함마드 대통령이)앞으로 (사업을)같이 하자는 말을 많이 했다. 대화 분위기는 굉장히 좋았다"며 "애착을 많이 갖고 있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중동은 최근 산업 대전환을 추진하면서 석유화학, 신재생, 도로교통 등 다양한 부문의 인프라 투자를 진행 중이다. UAE는 탄소·쓰레기·자동차가 없는 도시를 목표로 마스다르 시티를 개발하고 있고, 아즈반 태양광 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국내 업체들도 UAE에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삼성은 삼성물산이 UAE 바라카 원전 건설에 참여하는 등 건설·엔지니어링 분야를 중심으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2019년 UAE 출장에서 당시 왕세제였던 무함마드 대통령을 만난 이후 꾸준히 친분 관계를 유지해 왔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같은 해 방한해 이 회장의 안내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을 견학했으며, 5G 이동통신, 반도체, 인공지능(AI) 등의 협력 강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2022년 회장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지로 UAE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을 택하기도 했다.
SK그룹은 작년 1월 UAE 국부펀드 무바달라와 '자발적 탄소시장(VCM) 아시아 파트너십' 구축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맺은 바 있다. 당시 최태원 회장이 직접 MOU 체결식에 참석해 서명했다. SK에코플랜트는 UAE에서 그린수소와 그린암모니아 사업 개발을 추진 중이다.
정의선 회장도 중동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차는 작년 12월 UAE 국부펀드와 MOU를 맺고 수소와 그린알루미늄, 친환경 모빌리티,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부문에서의 사업 협력 등을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한화의 경우 방산계열사 한화시스템이 2022년 1월 UAE와 11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중거리지대공 유도무기체계(M-SAM) 천궁-II 다기능레이다(MFR) 수출 계약을 맺은 바 있고, 한화오션 등도 조선·방산 분야에서도 추가 수주가 기대되고 있다.
HD현대는 조선·해양 플랜트 수주 외에도 석유제품, 전력기기, 건설장비, 태양광 모듈 등을 UAE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면담 전 "일반 상선과 군 함정을 포함한 조선 분야나 건설기계 분야,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더 많이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GS그룹은 UAE 국영석유회사(ADNOC)와 원유 개발 사업, 블루암모니아 개발 프로젝트를 함께하며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UAE는 GS칼텍스의 주요 원유 공급처이기도 하다.
재계에서는 또 무함마드 대통령이 K팝과 패션 등 문화 영역을 대표하는 인사들도 초대한 만큼 관련 사업 협력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막대한 국부 펀드를 등에 업은 UAE의 자금 투자를 토대로 K팝, K패션 등의 중동 지역 진출 가능성이 언급된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 이외의 영역에서 신사업을 넓히길 원하는 UAE는 음악과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 기반의 엔터테인먼트에 패션까지 더한 'K-컬처'를 아부다비에 이식하기를 원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29일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국빈 오찬을 할 예정이다. 국빈 오찬에는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 정의선 회장, 김동관 부회장, 허태수 회장 등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UAE의 300억달러 투자 약속에 대한 후속 조치 등이 나올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UAE는 지난해 1월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 당시 300억달러 규모의 투자 약속을 한 바 있다. 양측은 총 48건의 MOU를 맺기도 했다.
한편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국과 UAE간 교역(수출+수입) 규모는 208억5500만달러로 2021년보다 84.7%나 늘었으며, 올해는 4월 말 누적 기준 88억6300만달러 규모의 교역이 이뤄졌다. 작년 주요 수출 품목은 승용차(3억9300만달러), 자동차부품(3억5100만달러), 우라늄(3억500만달러) 등이었으며 수입 품목은 원유(98억달러), 나프타(51억3700만달러), 천연가스(4억6600만달러)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