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국내 주요 총수들이 방한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 만나 청정에너지, 인공지능(AI), 조선·방산, 문화·콘텐츠 등 미래 신사업에 대한 경제 협력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만남을 가졌다.
이날 자리에서는 구체적인 사업에 대한 논의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서로간의 경제 협력 의지를 읽는데 초점을 맞추며, 작년 1월 이후 또 한 번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내는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재계 총수들은 28일 오후 1시30분부터 50여분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무함마드 대통령과 자리를 가졌다.
이날 자리는 오후 1시30분부터 50여분가량 진행됐다. 조현준 회장은 오후 12시45분 가장 먼저 입장했으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차례로 호텔에 들어섰다. 이어 이제용 회장은 12시51분 차에서 내려 호텔로 들어갔고 방시혁 의장과 정기선 부회장이 뒤따라 입장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팡이를 짚고 호텔에 들어갔으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오후 1시1분 차에서 내려 입장했다. 정의선 회장은 미리 호텔에 입장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구본상 LIG넥스원 회장,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조만호 무신사 총괄 대표 등도 이날 자리에 참석했다.
이번 만남에서 국내 총수들은 수소를 중심으로 한 청정에너지, 인공지능(AI) 등 ICT 분야, 문화·콘텐츠, 조선·방산 분야의 사업 기회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으로 삼성·현대차·효성은 수소, SK는 AI, HD현대·한화·LIG는 조선·방산, CJ·하이브 등은 문화·콘텐츠에 대한 협업 가능성이 나온다.
최태원 회장은 이날 입장하면서 취재진에게 "UAE와의 파트너십 등에 대해(얘기를 나눌 예정)"이라고 말했고, 정기선 회장은 "일반 상선 함정을 포함한 조선 분야나 건설기계 분야,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더 많이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재현 회장은 "경제, 문화 관련에 대한 얘기를 나눌 것"이라고 전했다.
또 정기선 회장은 퇴장하면서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다. 한국에 애착을 많이 갖고 계시다"고 말했다. "조현준 회장은 "양국 발전을 위해 좋은 이야기 많이 하셨다"고 전했으며, 조만호 대표는 "좋은 분위기로 잘 이야기했다"고 언급했다.
앞서 28일 오전에는 광화문 포시즌스 서울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UAE 대사관 공동 주최의 '한-UAE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양국간 협업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었다.
◇UAE, 인공지능부터 K콘텐츠까지 두루 관심= 이날 포럼에서 삼성E&A(옛 삼성엔지니어링)와 두산에너빌리티는 수소, SK텔레콤과 카카오모빌리티는 인공지능(AI) 등 ICT, LIG넥스원은 방산 분야에 대한 주제 발표를 진행했다. UAE 측에서는 국부펀드인 무바달라 인베스트먼트 컴퍼니가 참석해 투자 기회를 모색했다.
이태화 삼성E&A 상무는 이날 발표에서 전기분해를 통한 수소 생산, 청정 연료 생산, 탄소포집 활용·보관 등의 기술력을 소개하면서 "수소의 생산부터 운송, 활용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오만·말레이시아에서 진행중인 대규모 수소 프로젝트 등을 예로 들며 "지속가능한 솔루션에 진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UAE에서도 이러한 미래 사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현 두산에너빌리티 팀장은 2009년 수주해 최근 준공한 UAE 바카라 원전의 주기 공급 사업을 소개하며 "윈드터빈·원전 등으로 무탄소 전력생산에 앞장서고 있고, 수소를 생산할 있도록 관련 기자재와 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두산에 투자한다는 것은 그린 기술에 투자한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풍부한 에너지 이용한 수소경제 협력 가능성도= 참석한 재계 총수 중 수소 사업에 관여하는 기업으로는 삼성을 비롯해 현대차, SK, 효성 등이 꼽힌다. 산유국에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 사업을 펼칠 경우 새로운 사업기회를 넘어 글로벌 기술력도 인정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현재 사우디 네옴시티 프로젝트에서는 삼성물산, 한국전력, 포스코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그린수소 설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 HD현대, LIG넥스원 등은 조선·방산 분야의 신사업 추진에 나선다. 한화는 작년 한화오션을 그룹에 편입하면서 우주, 지상 방산에 해양부분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2008년 김승연 회장이 제시한 '한국판 록히드마틴'의 기반이 마련됐다 평이 나온다.
또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이날 롯데호텔에 들어서면서 조선, 건설기계, 친환경 에너지 분야 등에 대한 협력 기회를 찾고 있다며 "장점을 잘 설명드리고 오겠다"고 말했고, '한-UAE 비즈니스 포럼'에서 연사로 나선 홍현빈 LIG넥스원 해외1사업부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체감했듯 전쟁 변화 추세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다. 개별 국가 차원을 넘어 글로벌 방산 플랫폼으로 서로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은 AI 등 ICT 분야에서 파트너십 기회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조상혁 SK텔레콤 AI전략제휴담당은 이날 '한-UAE 비즈니스 포럼'에서 "알파고를 지나 챗GPT로 인류가 AI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AI 전략이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며 UAE 관계자들에게 기술력을 소개하기도 했다.
◇작년 1월 300억 달러 투자 맞먹는 협력 나올까= 문화·콘텐츠 분야의 사업 협업으로 'K-컬쳐'의 중동 시장 확장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이날 지팡이를 짚고 무함마드 대통령과의 자리에 참석했고, 최근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으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방시혁 하이브 의장도 이날 얼굴을 비춰 'K-컬쳐' 전파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이날 재계 총수들과 무함마드 대통령과의 자리에서는 구체적인 사업 논의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가시적 성과에 대한 기대감은 매우 높다. 작년 1월 윤석열 대통령의 UAE 국빈 방문에서 UAE는 한국에 300억달러(약 40조원)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현재까지 25억달러(3조4000억원)가 집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국과 UAE간 교역(수출+수입) 규모는 208억5500만달러로 2021년보다 84.7%나 늘었으며, 올해는 1~4월 기간에만 88억 6300만달러 규모의 교역이 이뤄졌다. 작년 주요 수출 품목은 승용차(3억9300만달러), 자동차부품(3억5100만달러), 우라늄(3억500만달러) 등이었으며 수입 품목은 원유(98억달러), 나프타(51억3700만달러), 천연가스(4억6600만달러) 등이 대표적이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한-UAE 비즈니스 포럼'에서 "작년 1월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시 비즈니스 포럼 등을 통해 32건의 계약과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며 "1년4개월여만에 다시 만나 새로운 투자 협력 기회를 발견해 양국 경제협력 네트워크가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한국 재계 총수들과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의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 호텔로 입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