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에도 정부 디지털서비스의 오류와 장애가 거듭되면서 공공 IT시스템 구축과 유지관리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클라우드 등 민간의 혁신기술과 역량을 100% 활용할 수 있도록 예산·투자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세청 '홈택스'를 통한 종합소득세 신고에 삼쩜삼, 세이브잇(토스) 등 세무플랫폼발 트래픽이 몰리면서 접속제한 조치가 이뤄졌다. 종합소득세 신고가 시작된 지난 2일에는 전면적으로 적용했으나 현재는 영업시간대에만 실시하고 있다. 기존에도 일반 납세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트래픽 과부하를 유발하는 접속에 대해서는 제한하고 있는데, 환급금 조회·알림 등 '택스테크' 사업자가 플랫폼 이용자들의 데이터들을 함께 처리하는 과정에서 여기에 자동으로 해당된 것으로 추정된다. 혁신을 뒷받침하지 못한 셈이다.

나아가 공공 IT시스템 장애와 이에 따른 정부 디지털서비스 먹통은 이제 일상화되는 지경이다. 지난해 11월 초유의 민원대란을 일으켰던 '정부24'에서 지난달 초 증명서 1233건이 오발급돼 국민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지난 6일 뒤늦게 밝혀졌다. 이어 7일에는 지방소득세 납부창구인 차세대 지방세입정보시스템 오류로 '위택스' 접속이 5시간가량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이 시스템은 지난 2월 개통 이후 잦은 오류로 이미 말썽을 일으켰다.

국세청 '홈택스'는 세정업무포털과 함께 국세행정시스템(NTIS·엔티스) 기반으로 운영되며, 서버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광주센터에 위치한다. 국세청이 2010년 1월부터 2015년 6월까지 2000억원 이상을 들여 구축한 엔티스는 30여종의 개별 시스템과 분산돼 있던 국세정보 데이터를 통합했고 '편리한 연말정산 서비스'를 마련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하지만 약 9년이 지난 지금은 5월 세금신고 시즌을 맞아 충분히 예견 가능했을 일에도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기술발전으로 IT시스템과 디지털서비스의 중요성 및 복잡성이 대폭 증가했음에도 국내 공공IT분야 시계는 과거 전자정부 초기 시절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순환근무와 책임만 묻는 환경 등 부작용으로 전문성 부족 문제 및 근시안적인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준희 KOSA(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은 "시스템 부하가 걸려서, 또는 민간 플랫폼 이용도가 높아서 IP를 차단하는 것이라면 디지털플랫폼정부 정책과 어긋나는 것"이라며 "플랫폼 서비스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는 우리 IT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시스템 과사용으로 부하가 걸린다면 트래픽을 처리하는 방향이어야지,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또한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으로 민간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클라우드의 유연성과 확장성을 살릴 수 있다면 이번 같은 조치는 처음부터 불필요하다. 이 가운데 행안부의 올해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예산은 740억원으로, 지난해(342억원)의 두배 수준이지만 2022년(1786억원)에는 한참 못 미친다. 당초 행안부가 신청한 예산은 1200억원 규모였다. 업계에선 공공IT 부문의 민간 플랫폼 활용 의지가 확실한지도 의문을 갖는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서비스 수준에 대해 국민과 약속을 못 지키는 셈인데, 지킬 역량이 부족하다면 이미 갖춰진 민간 서비스를 써야 한다. 공공부문에선 보안, 권한 관리 등 꼭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것만 하면 된다"며 "혁신을 가로막는 부분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가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국세청(IRS)의 경우 2022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획득한 재원 중 약 50억달러(약 6조8000억원)를 클라우드 전환 및 현대화 노력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국세청은 클라우드 전환뿐 아니라 차세대사업도 아직 이렇다 할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최근 유동적으로 부하가 많이 걸리는 세목에 서버가 더 많이 할당되도록 시스템을 갖췄다"며 "홈택스 고도화 사업을 올해 시작했고, 클라우드 전환도 검토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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