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금리 6회 연속 동결 연 5.25~5.50% 수준 금리 동결 인하지연 시사… 한은도 밀려 한은 "별개로 통화정책 결정" 韓 GDP 성장경로 수정 불가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1일(현지시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여전히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국은행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시장의 관심은 미국과 한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기다. 한은의 경우 올해 초까지만 해도 올 하반기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비롯해 물가·고환율 등을 고려하면 한은 역시 섣불리 금리를 내리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 연준은 이날 개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만장일치로 정책금리를 현행 연 5.25~5.50% 수준으로 묶어뒀다. 연준은 지난해 9월과 11월, 12월에 이어 올해 1월, 3월, 5월까지 여섯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현재 3.5%인 한국과의 기준금리차는 2%포인트(p)가 유지됐다.
파월 의장은 이날 정책금리 동결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를 향해 지속해서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을 얻기 전까진 금리를 내리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것"이라며 금리 인하가 지연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한은 역시 금리 인하 시점도 점점 밀리고 있다.
파월 의장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경제 지표는 우리에게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로 향하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을 주지 못했다"며 "특히 인플레이션 지표는 기대치를 웃돌았다"고 말했다. 이어 "더 큰 확신을 얻기까지 종전에 기대했던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의 기준금리를 적절하다고 판단할 때까지 오랜 기간 유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현재의 연준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을 2% 수준으로 낮출 만큼 충분히 긴축적이라고 판단한다며 추가 금리 인상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다음 기준금리 변동이 인상이 될 것 같지는 않다"며 "우리가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긴축 정책을 얼마나 지속하냐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파월 의장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과 비둘기파적(통화완화 선호) 메시지가 섞인 '애매모호한' 태도에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가 불투명해졌다고 평가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2일 기준 금리선물 시장에서 금리 동결 확률은 6월 90.9%, 7월 72.1%, 9월 46.2%로 예상됐다. 11월과 12월은 각 33.5%와 19.0%로 나타났다.
연준은 지난 3월 회의 때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을 4.6%(중간값)로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당시에는 연내 3차례 정도 금리 인하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됐으나, 최근에는 시장에서 신중론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선물시장에서는 올해 한 차례 정도의 금리 인하만 예상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연준은 금리 인하를 위한 확신을 가지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향후 정책 방향을 관망(wait-and-see) 체계로 전환했는데 이는 더 길게 현 금리를 유지하며 인하 시기는 더 늦어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끈적끈적(sticky)할 것이라고 생각하므로 12월 첫 번째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연준과는 독자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현재 최대 2%p까지 벌어진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차 등을 고려하면 섣불리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한국 역시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전년동기대비) 2.9%로 집계됐다. 3개월 만에 3%대에서 2%대로 내려왔지만, 과일류 물가 상승세 등에 목표 수준인 2%를 웃돌고 있다.
불안한 환율 흐름도 금리 인하 발목을 잡고 있다.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축소되고 이란·이스라엘 충돌에 지난달 원·달러 환율은 장중 약 17개월만에 1400원대까지 뛰었다. 이후 진정세를 보였지만,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1370~1380원대에서 머물고 있다.
연준의 피벗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주요국들이 먼저 통화 완화로 전환할 경우, 상대적으로 달러 강세가 두드러져 원·딜러 환율 상승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원·달러 환율은 불안정한 물가 경로를 더욱 '울퉁불퉁'하게 만들 수 있다.
국내 경기 지표마저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이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떨어뜨리고 있다.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3%로 집계됐다. 한은은 '깜짝' 성장으로 향후 2분기부터 4분기까지 성장 경로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원래 7월이었던 한은 인하 예상 시점을 10월로 옮기고, 연내 2번 정도로 봤던 인하 횟수도 1번으로 줄였다"며 "유가가 오르는데, 성장은 IT(정보기술) 중심으로 회복 중이니까 인하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한편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미국 등 주요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상당한 상황에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등 여러 대외 불확실성 요인이 상존해 있는 만큼 앞으로도 외환·금융시장 상황을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주요국 경제지표 발표 등에 따라 외환·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우려가 있는 경우 적기 시장안정화 조치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미선기자 already@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