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열흘째… 與 총선앓이 중 尹 배신론·옹호론 갈리는 내부 韓 "배신 안해야 할 건 국민뿐" 국민의힘이 4·10 총선 패배 후 열흘이나 지났음에도 여전히 한동훈(사진)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둘러싼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의 차기 당권도전 전망이 나오자 윤석열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배신론'과 한 전 위원장 덕에 개헌선을 저지할 수 있었다는 '옹호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총선으로 확인한 민심에 따라 당을 쇄신하려는 의지를 보이기보다 한 전 위원장에만 매몰돼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국민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국민뿐"이라고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이 사퇴 후 내놓은 첫 공개 입장이다. 그는 총선 참패에 대해 "제 패배지 여러분(국민)의 패배가 아니다"며 "정교하고 박력있는 리더십이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만날 때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신념이 있다. 시간을 갖고 공부하고 성찰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잘못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은 배신이 아닌 용기"라며 "누가 저에 대해 그렇게 해준다면 잠깐 유쾌하지 않더라도 결국 고맙게 생각할 것"이라고 자신을 겨냥한 배신론을 반박했다.
'배신론'에 불을 붙인 것은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홍 시장은 지난 20일 온라인소통플랫폼에서 한 전 위원장을 옹호하는 글이 게시되자 "한동훈의 잘못으로 역대급 참패를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플랫폼에서 "총선 패배의 원인이 한동훈에게만 있는 게 아닌데 45% 당원들의 지지를 받는 한동훈이 당대표를 맡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 같다"며 "정치 초보치고는 최선을 다했던 한동훈을 모질게 미워하지 말아 달라"고 썼다. 그러나 홍 시장은 "한동훈은 총선을 대권 놀이 전초전으로 한 사람"이라며 "우리에게 지옥을 맛보게 한 정치 검사였고 윤 대통령도 배신한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더 이상 국민의힘에 얼씬거리면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홍 시장은 앞서 지난 19일에도 페이스북에 한 전 위원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홍 시장은 "한 전 위원장은 윤 정권 황태자 행세로 윤 대통령 극렬 지지세력 중 일부가 지지한 윤 대통령의 그림자였지, 독립 변수가 아니었다"며 "황태자가 그것도 모르고 주군에게 대들다가 폐세자가 됐을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도 이날 SNS에 "국민의힘 총선 참패의 가장 큰 원인을 축약해서 말하자면, 한동훈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신"이라며 전당대회 불출마를 촉구했다.
한 전 위원장을 향한 내부 공세가 반복되자 반론을 펴는 이들도 등장했다. 김영우 전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이번 선거의 흐름은 정권심판이었다"며 "한 전 위원장의 지원유세로 보수층의 자포자기와 분열을 막을 수 있었다"고 한 전 위원장을 두둔했다. 그러면서 "앞으로가 훨씬 심각한 문제다. 한가지 중요한 건 대통령과 한동훈을 갈라치기 하려는 묘한 보수 내의 움직임"이라며 "이런 비열한 흐름에는 올라타지 말자"고 강조했다.
유상범 의원도 이날 한 전 위원장이 직접 입장표명을 한 것에 "첫번째로 본인이 모든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입장을 먼저 밝힌 것이고, 스스로 대국민 사과를 한 거라 생각한다"며 "'배신'이란 얘기가 나왔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입장을 밝힌 거라 생각하는데, 홍 시장의 지속적 비난과 비판에 대한 대응적 성격도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유 의원은 홍 시장의 반복된 한 전 위원장 공격에는 "당 내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며 "후배 정치인 입장에선 누구 책임이라고 하나로 단정짓기 어려운 선거다. 모든 사람들이 그와 같은 참패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반론을 폈다. 김웅 의원도 최근 홍 시장의 '배신론'에 "무자비한 인신공격"이라며 "한 전 위원장이 우리를 짓밟던 사냥개이고, 깜도 안 되는 자였으면 지명할 당시 반대했어야지 그때는 뭐했고 이제 돌변해 한 전 위원장을 공격하니 참으로 정치판의 비열함을 실감한다"라고 비판했다.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인도 라디오에서 "전국 유세를 돌아다니면서 본인(한 전 위원장)이 쓸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다 쓰려고 하는 모습들을 봤을 때 그렇게까지 비난받을 일인가 싶다"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오찬 초청도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관섭 비서실장은 지난 19일 한 전 위원장에게 오는 22일 대통령실 오찬 일정을 확인했으나 한 전 위원장 측은 건강 상의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19일 대통령실로부터 '한동훈 비대위'와의 오찬을 제안받은 바 있으나,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소현기자 ashright@dt.co.kr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여의도 당사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