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제도장치 아직 마련못해
관련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업계 "밸류업에 밀렸다" 불만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글쓴이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했나요. 어렵고 딱딱한 증시·시황 얘기는 잠시 접어두고 '그래서 왜?'하고 궁금했던 부분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하나씩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앤디워홀이나 뱅크시, 조지콘도의 작품을 1만원어치, 100만원어치씩 쪼개 보유할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하지만 고가의 미술품을 조각(지분)으로 나눠 소유할 수 있는 혁신적인 상품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관심은 냉랭합니다.

조각투자는 2인 이상의 투자자가 실물, 그 밖의 재산적 가치가 있는 권리를 분할한 청구권에 투자·거래하는 등의 새로운 투자 형태로 정의됩니다. 이러한 조각투자를 가능케 하는 방식이 블록체인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한 토큰증권입니다. 현재 토큰증권은 비금전신탁수익증권과 투자계약증권으로 구분됩니다. 부동산과 음악저작권의 경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조각투자 발행 플랫폼이 비금전신탁수익증권 형식으로, 미술품 조각투자는 투자계약증권으로 발행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카사·루센트블록·펀블)과 음악저작권(뮤직카우) 조각투자 플랫폼은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특례 적용 기간 동안 발행과 유통이 동시에 가능합니다.

반면 투자계약증권으로 분류되는 미술품(테사·열매컴퍼니·아트투게더)과 한우(뱅카우) 조각투자 발행사는 기존 보유 유통시장을 폐지하라는 전제 조건 하에 허용됐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들이 야심차게 내놓은 몇몇 작품들이 일반인 투자자 대상 공모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청약률을 기록하며 '완판'에 실패했습니다. 실권주는 발행사에서 떠안았고요.

당초 금융투자업계에서 토큰증권발행(STO)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표했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인데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 상품이 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법 제도화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술품 조각투자는 현재 발행은 가능하지만 유통시장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공모에 참여하면 해당 미술품이 매각돼 지분 보유에 따라 차익을 나눠받을 때까지 꼼짝 없이 자금이 묶이는 셈입니다. 더욱이 미국증시도 활황이고, 국내증시 대장주 삼성전자가 연이어 52주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는 현재 투자 환경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자금을 묶어놓을 이유가 없을 겁니다.

"밸류업 프로그램 때문에 워낙 바쁘시니까요." 최근 조각투자 플랫폼 관계자들과 대화하면 자주 듣게 되는 말입니다. 당국이나 거래소에서 조각투자 시장보다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집중하면서 제도화 시기가 늦춰지고 있단 의미죠.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STO 시장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2024년 상반기 토큰증권 유통시장 개설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조각투자업계에서는 상반기는커녕 사실상 연내 STO가 장내 또는 장외시장에 상장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하는 분위깁니다. 새로운 형태의 증권의 발행과 장외 유통을 가능케 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려면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한데, 지난해 '토큰증권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1년이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입법 절차가 마무리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관련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아직까지 법안심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만큼 오는 5월 말 21대 국회 임기종료와 함께 해당법안은 자동폐기됩니다. 장내 시장도 마찬가지 입니다. 금융위가 한국거래소의 장내 시장 시범 운영안을 샌드박스로 최종 지정하면서 장내시장 개설의 근거가 마련되긴 했으나, 조각투자 발행사들이 장내 시장 상장을 위한 요건(자기자본 20억원 이상, 상장금액 30억원 이상, 예탁결제원 전자증권 등록 등)을 맞추기엔 갈 길이 멉니다.

자세한 가이드라인이나 설명이 부재해 조각투자 플랫폼들은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 제출도 '맨땅에 헤딩'식으로 해왔다고 토로했습니다. 공모를 진행하자니 부진한 결과가 반복되면서 조각투자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짜게 식을 수 있고, 수익 없이 때를 기다리자니 재무상태가 악화하고…조각투자 플랫폼이 딜레마에 빠진 이유입니다.

STO 시장 제도화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글로벌 STO 시장을 선도하겠다'던 당국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길 기대합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