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침묵의 소리
스즈키 아쓰토 지음 / 백승무 옮김/ 지만지드라마 펴냄

전쟁을 모티프로 한 일본 희곡이다. 젊은연출가 콩쿠르 우수상을 비롯해 각종 연극상을 수상하며 일본 연극 무대에서 왕성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연출가이자 극작가 스즈키 아쓰토의 대표작이다. 조지 오웰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공영방송 BBC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했던 시절과 그 후의 삶 등 7년간의 오웰을 다루고 있다. 특히 오웰이 BBC에서 글을 쓰고 방송한 1941~1943년 동안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전쟁이라는 격랑 속에서 주변인들과 부딪치며 창작에 부침을 겪는 오웰의 고뇌를 세심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영국령 인도의 벵갈에서 태어난 오웰은 '동물농장', '1984' 등 전체주의, 파시즘, 전쟁에 반대하는 소설을 쓴 작가로 유명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오웰은 병역에서 제외되는 대신 BBC 인도지국 책임자가 됐다. 당시 영국 정부는 인도 식민 통치를 유지하기 위해 미디어를 활용했다. 그는 이런 영국 정부에 결과적으로 협력하는 꼴이 됐다. 오웰은 그런 현실에 갈등했다. 작품 속에서 오웰은 "당신, 자신이 했던 말 잊어버렸어?"라는 힐난을 받는다.

스즈키 아쓰토는 그런 오웰의 시선을 빌려 일본의 아시아 식민 지배와 전쟁 범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그러면서 독자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던진다. 열강의 전쟁에 식민지는 무슨 책임이 있는가, 남성이 주도하는 전쟁이 승리로 끝난다한들 진정한 의미의 여성 해방은 가능할 것인가, 나치만 물리치면 인류는 보다 나은 내일로 나아갈 수 있는가 등이다. 현대사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담은 최신 일본 희곡이 들려주는 침묵의 소리를 독자들이 들어보길 바란다.

한편 이 희곡은 지난 22∼24일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제11회 현대일본희곡 낭독공연'을 통해 국내 무대에 올려져 호평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스즈키 아쓰토는 직접 자신의 작품세계를 들려주는 '이야기 콘서트' 시간을 가졌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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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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