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과 영풍 간 경영권 분쟁이 제2의 전장터인 서린상사로 옮겨갔다. '75년 동업'의 상징 격인 계열사로, 최대주주는 고려아연의 최씨 일가지만 경영은 영풍의 장씨 쪽이 맡고 있다.
문제는 이 회사의 실적이 갈수록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는 점이다. 알짜 계열사의 경쟁력이 흔들리자 고려아연 측은 사외이사를 추가 선임해 회사를 살리겠다는 뜻을 내놓았는데, 이에 영풍 측이 반발하면서 이사회 개최 자체를 막고 있는 상황이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서린상사는 정기주주총회 개최를 위한 임시 이사회 소집을 여러 차례 추진했으나, 영풍측 이사진들의 반발로 아직까지 열리지 못하고 있다. 이날도 고려아연이 서린상사 사내이사 4인을 주주총회에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논의하기 위해 이사회 개최를 시도했으나 정족수를 못 채워 이사회가 불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서린상사 이사회는 7명으로 고려아연 측 4인, 영풍 측 3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회에서 고려아연 측 사내이사 4인이 추가 선임되면 이사회 구성은 8대 3이 되면서 고려아연이 경영을 주도하게 된다.
이 회사는 최창걸 명예회장이 고려아연의 해외영업부를 1984년 별도 회사로 만든 것으로, 고려아연온산제련소와 호주 자회사 썬메탈 등 고려아연의 각종 비철금속과 영풍 석포제련소 물량의 수출과 판매 및 물류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회사 설립 이후 이 회사의 사업 범위는 고려아연에서 영풍 물량까지 확대됐고, 취급 품목 역시 아연과 연 뿐만 아니라, 알루미늄, 구리 등 다양한 비철금속 사업분야로 유통대상을 확대해 왔다.
서린상사 지분은 고려아연이 66.7%이며 영풍은 33.3%를 보유하고 있는데도 영풍 일가 창업 3세 장세환 씨가 서린상사 대표이사를 맡을 수 있었던건 과거 동업자 정신과 존중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이 때문에 이 회사는 양측의 '75년 동업'의 상징과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장 대표가 경영을 맡은 이후 서린상사의 경영실적은 신통치 않다. 최근 3년간 실적추이는 2021년 2조2887억원, 2022년 2조4355억원, 지난해 1조5290억원으로 계속 내림세다. 영업이익 역시 2021년 701억원에서 2022년 570억원, 지난해 175억원을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업계에서는 영풍석포제련소의 부진한 영업실적이 서린상사의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망사고로 조업 차질이 빚어졌고, 올해에도 사망사고 발생하며 이에 따른 매출과 수익성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고려아연과 영풍 제품의 해외판매와 유통 과정에서 고려아연 측과의 소통 부재로 갈등이 발생됐고, 이에 고려아연 측이 사외이사 4인을 추가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사 확대 등에 양측의 갈등이 서린상사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양가의 갈등으로 서린상사의 주총도 지연되고 있어 상법 위반 위기에 처했다. 상법에 따르면 주총은 3월에 열려야 하지만 이사회를 열지 못해 3월 주총은 무산됐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미리 이사회 소집 사유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상법 및 정관상 적법하지 않아 불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만약 영풍이 서린상사 이사회 소집을 계속 거부한다면 고려아연과 법적 다툼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