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이사회에 '여풍(女風)'이 강하게 불고 있다. 여성 사외이사 비중을 늘리는가 하면 여성 이사회 의장 선임에 적극 나서며 이사회 내 성별 다양성을 꾀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말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만나 "은행 지주에서 최고경영자(CEO)나 사외이사 선임 시 경영진의 '참호구축'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함에 따라 금융지주들이 서둘러 이사회 개편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신한금융은 26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윤재원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윤 의장은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로 한국회계기준원 회계기준위원회 비상임위원과 한국세무학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이는 신한금융이 지난 2010년 국내 금융권 최초로 여성 이사회 의장을 선임한 이후 역대 두 번째다. 신한금융은 당시 사외이사였던 전성빈 서강대 교수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 바 있다.

KB금융도 지난 22일 정기 주주총회 종료 이후 이사회를 열고 권선주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지주 설립 이후 최초의 여성 이사회 의장이다.

권 신임 의장은 IBK기업은행 국내 최초 여성 은행장으로 재임한 바 있다. 현재는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으로 활동하는 등 금융업 전반에 높은 이해도와 전문적인 식견을 쌓은 금융·경영분야의 전문가다.

주요 금융지주들이 이사회 구조 개편을 통해 여성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서면서 여성 사외이사 비중도 높아지는 추세다.

하나금융은 사외이사 수를 기존 8명에서 9명으로 확대하며 윤심 전 삼성SDS 부사장 등 4명의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의 여성 사외이사 수는 1명에서 2명이 됐다.

우리금융도 사외이사 수를 6명에서 7명으로 늘리고 이은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와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를 선임하면서 여성 사외이사 수가 기존 1명에서 2명이 됐다.

신한금융은 사외이사 수 9명은 유지하되 여성 이사 수를 늘렸다. 송성주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하면서 이사회 내 여성 인재 수가 기존 2명에서 3명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금융지주들이 사외이사 수를 늘리고 여성 비중을 높이는 것은 금융당국의 압박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거수기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지주 회장이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로 이사진을 구축하고 이사회 기능을 마비시키는 '참호구축' 등의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당시 이 원장은 "은행지주 이사회는 지주 그룹의 경영전략과 리스크 관리 정책을 결정하고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지주 내 그 어떤 기구보다 중요한 곳"이라며 내부통제를 위한 이사회의 노력도 당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의 요구에 따라 지주 이사회들이 여성 비중을 늘리는 과정에서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인 여성 인재들을 속속 영입한 만큼 향후 경영활동에도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전했다.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윤재원 신임 신한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윤재원 신임 신한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권선주(왼쪽) KB금융 신임 이사회 의장과 윤재원 신한금융 신임 이사회 의장. 사진 각 사 제공.
권선주(왼쪽) KB금융 신임 이사회 의장과 윤재원 신한금융 신임 이사회 의장. 사진 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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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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