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국립은행, 0.25%p 전격 낮춰 5연속 동결 Fed, 올 3회 인하 시사 이창용 "5월 이후 피벗 여부 판단"
스위스국립은행이 21일(이하 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1.5%로 0.25%포인트(p) 전격 인하했다. 미국이 '6월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선제적으로 인하한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이날 금리를 또다시 동결하면서 올해 말까지 3번 가량 금리를 내릴 것을 재차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6월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오는 6월 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과 ECB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한국은행도 7월에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연준은 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현 수준인 5.25~5.50%로 재차 묶었다. 연준은 지난해 9월, 11월, 12월, 올해 1월에 이어 이번까지 5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연준은 금리 동결과 함께 올해 말까지 세 번 가량 금리를 내릴 것임을 시사했다. 올해 연말 금리를 4.6%(중간값)로 전망했는데, 이는 지난해 말 FOMC 발표와 마찬가지로 올해 안에 0.25%p씩 3차례, 총 0.75%p 정도의 금리 인하에 나서겠다는 방향을 유지한 것이다. 연준이 '6월 금리 인하론'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2월 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 것에 과도한 의미를 두지 않고 인플레이션 목표(2%) 달성까지 인내심을 보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지난 2개월(1~2월)간 울퉁불퉁한(bumpy) 인플레이션 지표를 봤다. 앞으로도 울퉁불퉁한 여정이 될 것"이라면서도 "1~2월 물가 지표가 2% 물가 목표 달성의 자신감에 힘을 보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연준은 내년 말 전망치를 기존 3.6%에서 3.9%로 0.3%p 높였다. 연내 금리를 내리겠지만 서두르지 않고 이후 인하 속도도 빠르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이번 연준의 결정에 대해 '비둘기파적(통화완화 선호)'이라고 평가하면서 연준이 오는 6월에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봤다. 실제 미 연준이 올해 세 차례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하고 기자회견 등이 비둘기파적으로 평가되면서 연방기금금리선물에 반영된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전일 57%에서 69%로 상승했다.
씨티은행은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최근의 강한 인플레이션 숫자가 인플레이션이 울퉁불퉁하게 둔화되고 있다는 의견을 바꾸지 않았다고 대답하고 금리와 금융상황이 긴축적이라고 언급하는 등 비둘기파적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노동시장에 대해서도 고용률 둔화와 실업률의 빠른 상승에 대한 위험 등 하방 위험에 대해서도 여러차례 언급하고 대차대조표 축소도 상당히 곧 시작될 것임을 시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준이 6월 첫 번째 인하 후 매 회의때마다 인하를 단행해 올해 중 125bp(1bp=0.01%포인트) 내릴 것이란 전망을 유지한다"며 "만일 노동시장의 강세가 지속되더라도 적어도 75bp는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그간 '미 FOMC 회의결과 관련 시장상황 점검회의' 자료를 배포해오던 한국은행은 3월 FOMC 결과와 시장 반응이 예상에 부합함에 따라 이번에는 자료를 따로 내놓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미 연준이 6월에 금리를 내린 이후 한은이 이르면 7월에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시장의 기존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 이후 열린 간담회에서 "이번 2월 경제전망이 지난해 11월 경제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올 상반기에는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 말한 바 있다"며 "2월 전망은 11월과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큰 변화가 없기에 상반기 내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월 수정경제전망을 내놓을 때 데이터를 보고 하반기 피벗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5월 이후 열리는 금통위인 7월에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는 의중을 드러낸 셈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도 오는 6월 첫 금리 인하 가능성을 재차 시사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 20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열린 ECB 콘퍼런스에서 "우리의 정책 결정과 관련된 경제지표들에 대해 4월에는 조금 더, 6월에는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재차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결정은 지표에 의존하고 회의마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는 대로 대응할 것"이라면서 "이는 첫 금리인하 이후에도 금리와 관련된 특정 경로를 미리 확정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14일 ECB가 7월까지 2차례 금리를 내리고 이후 연말까지 2차례 더 인하를 단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등 일부 ECB 인사들은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조치들이 나올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본격적으로 자국 상황에 맞춘 통화정책 결정이 나타나고 있다"며 "치솟던 물가의 안정을 위해 강력한 통화긴축이라는 같은 대응책을 냈던 중앙은행들이 흩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3월 FOMC를 보면 한은은 연준 영향력에서 다소 벗어나 한국 상황에 맞게 행동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 하강하는 내수 흐름을 고려할 때 한은의 대응이 필요한 단계로 가고 있다"고 했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