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인 부위원장 유통매장 찾아
지원금·통신비 인하 의지 강조
전문가 "가입자 포화… 제로섬"

"이동통신사간 경쟁이 활성화되면 지원금 금액이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단통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현장에서 경쟁이 활발히 이뤄지길 바란다."(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

이동통신 3사를 향한 정부의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확대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이어 방송통신위원회도 휴대전화 유통 현장을 찾아 통신비 인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5G 이동통신 가입자 포화와 AI(인공지능) 투자 부담에 직면한 통신사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여론을 의식해 지나치게 기업들을 압박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은 21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이동통신 판매점을 방문해 통신사를 갈아탈 때 줄 수 있는 전환지원금 절차와 방법을 확인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일 강도현 과기정통부 2차관이 강변 테크노마트를 찾아 유통업계의 목소리를 들었다. 22일에는 김홍일 방통위원장이 이통 3사 대표들과 만난다. 김 위원장이 이통 3사 사장들을 공식적으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확대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전환지원금은 이동통신사를 바꾸면 휴대폰 구매시 공시지원금·추가지원금에 더해 별도로 최대 5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이다.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를 앞두고 이동통신사의 경쟁을 활성화해 단말기 구입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행령을 개정해 16일부터 시행됐다. 현재 지원되는 전환지원금은 최대 13만원 수준으로, 정부가 제시한 기준인 50만원에 한참 못 미친다. 이 부위원장은 21일 현장을 찾아 "최대 50만원까지 전환지원금이 책정은 돼 있지만, 아직 5만~13만원 선에서 지급되는 것으로 안다"면서 "유통사 간 경쟁이 활성화되면 금액도 조금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유통업계는 전환지원금이 최소 30만원은 지급돼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를 냈다.

당장 최대 13만원의 전환지원금은 총선 전에는 일정 수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과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압박하는 상황에서 업계가 무시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통신비 인하 사례로 들었던 삼성전자의 최신 폰 '갤럭시S24'도 지원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제도 시행 당시 최대 수준으로 책정된 공지원금과 전환지원금, 추가지원금을 합하면 갤S24를 사실상 '0원'에 살 수 있다고 제시한 바 있다.

연이은 정부의 압박에 통신사·제조사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통신사들은 통신산업에 멈춰선 미래가 안 보이고, AI 경쟁력과 주도권을 두고 체급이 훨씬 큰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하며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서 소모적 마케팅 경쟁에 매달릴 수 없다는 현실인식을 하고 있다. 정작 중요한 품질경쟁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고정비 비중이 높은 통신업에서 가장 비중이 큰 게 마케팅 비용인 '지급수수료'와 통신 인프라 구축에 대한 '감가상각비'"라며 "마케팅을 늘리려다 통신 인프라 투자가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환지원금이 공시지원금과 비슷하게 고가 단말·비싼 요금제를 중심으로 형성되면 초고가 폰만 선호하는 '폰플레이션(스마트폰+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고가 스마트폰 위주의 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전자도 진퇴양난이다. 지원금 압박 등은 제조사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지난해 반도체 불황의 여파로 2008년 이후 최악의 실적을 낸 삼성전자는 휴대전화에 대한 실적 의존도가 높아졌지만 애플의 막강한 기세와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와의 경쟁 부담이 큰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과 AI, 반도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거위의 배를 갈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김범준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전환지원금을 좀더 책정한다고 해서 미래 가입자를 확보한다고 볼 수 없다"며 "시장이 성장하지 않고 5G 가입자가 포화한 상황에서는 '제로섬 게임'으로 예전과 같이 가입자를 빼앗아올 유인책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통신요금 인하에 매달릴 게 아니라 망을 활용한 혁신 서비스 R&D를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통신사만의 경쟁뿐 아니라 제조사와 통신사가 협업한 프로모션 등을 늘리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김용희 경희대 교수는 "가입자를 뺏고 빼앗는 정도의 비율이나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제도가 기업들에 큰 효용이 없고 전환지원금과 관련된 비용이 이용자들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며 "통신요금 인하에 매달리기보다 R&D 투자를 해 망을 활용한 5G 품질 고도화, AI 서비스, 스마트폼, XR(혼합현실) 등의 혁신을 유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소비자를 위한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인·전혜인기자 silkni@dt.co.kr

이상인(왼쪽)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21일 서울 강남구의 단말기 유통 매장을 찾아 전환지원금 지급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방통위 제공
이상인(왼쪽)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21일 서울 강남구의 단말기 유통 매장을 찾아 전환지원금 지급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방통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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