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주호주 대사 귀국 문제와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거취를 둘러싸고 당정이 갈등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지난 17일 이 대사 즉시 귀국과 황 수석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으나 대통령실은 그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했다고 봐야 한다. 지난 1월 김건희 여사의 백 선물 수수 건을 놓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갈등을 빚었는데, '제2 윤·한 충돌'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여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윤 대통령이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자 출국금지 상태인 이 전 장관을 호주 대사에 임명한 데서 비롯된다. 출금 해제 및 출국과 관련해 공수처와 정부가 엇갈린 해명을 내놓는 것도 국민들의 짜증을 돋우고 있다. 황 수석의 발언은 아무리 사적인 자리라도 공인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망언에 가깝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공천을 놓고도 당정 갈등이 노정되고 있다. 핵심 친윤계인 이철규 의원은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두고 호남·당직자가 배제됐다며 "바로잡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연속 비례대표 추천 배제가 원칙임에도 비대위원인 김예지 의원이 연속 공천됐고, 징계를 받았던 이시우 전 총리실 서기관이 공천됐다. 반면,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주기환 광주시당 위원장이 당선권 밖에 배치되는 등 호남지역 배려가 없었다.
총선이란 이 중대한 시국에 석연치 않은 윤 대통령의 인사나 비례대표 공천관리위의 지역안배 결여 및 문제 있는 후보의 비례대표 공천 등을 볼 때 국민의힘의 판단력에 나사가 풀리지 않았나 의구심이 든다. 수년 전 발언을 갖고 공천을 철회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엄정한 모습을 보였던 한 위원장이 어째서 비례대표에서는 누가 봐도 흠결 있어 보이는 공천을 했는지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러면서 용산에는 이 대사를 귀국시키고 황 수석은 사퇴하라고 요구한다. 이 사태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국민 눈높이에서 판단해 처리하면 된다. 총선을 앞두고 여권이 분열하는 모습을 보며 '강심장'이라고 비꼬는 말이 왜 나오겠나. '제2 윤·한 충돌'이 우려되는 현 상황을 보며 여권이 지금 제정신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지난 1월 29일 용산 대통령실 오찬 회동 모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