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이탈한 지 한 달이 됐다. 전면적이고 심각한 의료공백은 일어나지 않고 있지만, 대학병원에서는 수술 지연 등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다행히 2차 진료를 책임지는 지역 종합병원들과 의원급 병원들은 정상적으로 가동돼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만큼의 '의료대란'은 피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체계의 정점인 상급종합병원들의 파행이 지속되면 상황 악화가 불가피하다. 전국 16개 의과대학 교수들이 오는 25일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것은 특히 우려를 자아낸다.

이렇게 의·정 대립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데도,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전공의들과 대한의사협회(의협)를 중심으로 2000명 증원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정부 역시 증원 규모는 양보할 수 없는 최소한이라며 의료법에 따라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을 법대로 처리키로 했다. 만약 6000여 의대교수들마저 의료현장을 떠나면 상급종합병원은 완전 마비된다. 교수들은 사직서를 내도 현장을 지킬 것이라고 했지만, 환자의 생명을 두고 예단은 금물이다. 전공의들을 설득하고 말려야 할 의대 교수들이 파업에 동참한다면 의사계 전체는 그야말로 국민적 파문을 면치 못할 것이다. 역대 정부에서 의사들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정책을 시행하려 하면 의사들은 집단행동으로 무력화했다. 이번에도 정부에 '항복'을 받아내려 한다면 오판이다.

현 상황은 이미 협상의 단계를 넘어섰다. 그런데도 의사계는 정부가 결국은 증원 규모를 양보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인상을 심어준 건 정부 잘못이다. 증원에 따른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데 굼뜬 모습을 보였다. 말로만 타협 불가를 밝혔다. 당근책으로 제시한 필수의료 수가 인상 방안도 구체안이 나오지 않았다.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에 돌아오게 하려면 정부가 양보할 것이란 일말의 희망을 빨리 포기하게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증원 배분도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가능한 한 서둘러야 한다. 수가 인상안도 1차안을 제시한 후 수렴해가는 과정을 밟으면 될 것이다. 한 달을 끌어온 의·정 대립에 국민의 피로감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증원 배분과 수가 인상안을 속히 결정해야 한다.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이탈한 지 한 달이 된 가가운데 17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한 환자가 게시물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이탈한 지 한 달이 된 가가운데 17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한 환자가 게시물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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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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