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뷸런스로 옮겨지는 환자. 연합뉴스
앰뷸런스로 옮겨지는 환자. 연합뉴스
전공의의 의료현장 이탈로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의료공백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상급병원에서는 수술 건수가 50% 수준으로 떨어졌다. 병실가동률도 30~40%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의대 교수들까지 사직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 그럼에도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수술을 못해 목숨을 잃는 심각한 의료공백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 일각의 분석에 따르면 환자들이 지역의 중형 종합병원으로 발길을 돌린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상급병원이 진료 차질을 빚자 자연스럽게 중형 병원을 찾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국내 의료계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는 환자들이 중증이나 큰 수술도 아닌데 무조건 상급병원만 찾는 '의료 과소비'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이번 전공의 파업 사태를 계기로 이런 환자쏠림이 완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2차 의료기관 역할을 해온 지역 종합병원들은 1차 의원급과 3차 상급병원 사이에 끼어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들 병원들은 중증이거나 희귀질환 치료가 아니면 웬만한 수술을 해낼 만큼 충분한 역량을 갖췄다. 진료 의사 면에서도 중형 종합병원이 오히려 더 나을 수 있다. 전공의와 전임의의 참여가 높은 상급병원과 달리 이들 지역 종합병원들은 거의 100% 경륜이 많은 전문의들이 진료한다. 지역 종합병원들의 모임인 대한종합병원협의회는 전공의 집단 이탈이 시작되자 성명을 내고 "2차 병원인 지역종합병원은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돼 필수의료과를 포함한 전 과목 정상진료와 수술이 가능하고, 병상가동률은 여유가 있다"며 지역 종합병원을 찾아줄 것을 요청했다.

이번 의료대란 상황에서 '의료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지역 종합병원들의 발견은 의외의 소득이다. 의료시장 쏠림 현상을 완화할 결정적 기회를 맞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중등·경증 환자의 1, 2차 의료기관 이용을 적극 권장해왔다. 이번 사태로 의료 쏠림 해소의 기회를 맞았으니 이를 정착시킬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실제로 중형병원의 역할을 정립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니 다행이다. 의료기관 규모별 적절한 환자를 받았을 때 진료비를 가산해주는 등 다양한 지원과 육성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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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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