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물가 20.9% 급등 여파
신선 과실, 32년새 최대 폭 상승
총선이후 전기·교통 인상 가능성
국제유가 상승에 물가안정 한계

연초 2%대로 떨어졌던 물가가 사과와 배 등 과일가격의 고공행진 여파로 2월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급등한 농축수산물 가격이 전체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리면서 물가를 뒤흔드는 양상이다.

그나마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 기조 원칙을 고수하고 2월 말 종료예정이었던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를 4월까지 연장하는 등의 영향으로 2월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4월 총선 후 이 조치가 종료되고 유가 불안이 지속된다면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과 대중교통비 등 공공요금 인상이 불가피해져 물가가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도 상당하다.

6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2.8%) 2%대로 떨어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월(3.1%) 다시 3%대로 재진입했다.

농산물 물가가 20.9% 올라 전체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특히 신선과실이 41.2% 오른 영향으로 신선식품지수가 20.0%나 올랐다. 신선과일은 32년 5개월(1991년 9월 43.9%) 만에 상승 폭이 가장 컸다.

통계청은 최근 상승세에 대해 지난해 작황이 좋아 과일값이 낮았던 점에 대한 기저효과도 있다고 분석했다.

품목별로는 사과가 무려 71.0% 급등했고, 귤도 소비가 늘면서 78.1%나 올랐다. 신선채소는 12.3% 오르며 11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석유류 물가 하락 폭도 전월(-5.0%)보다 축소된 -1.5%에 그쳤고, 전체 물가기여도도 1월 -0.21%포인트(p)에서 -0.06%p로 줄면서 물가 상승을 막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물가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3~4월 농축수산물 할인지원에 역대 최대 수준인 600억원을 투입해 사과·배 등 주요 먹거리 체감가격을 최대 40~50% 인하하도록 하겠다"며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오렌지·바나나 등 주요 과일을 직수입해 저렴한 가격으로 시중에 공급하고 수입 과일 3종(만다린·두리안·파인애플주스)에 대해 추가 관세 인하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과일 수입과 관세 인하라는 단기카드를 꺼낸 것이다.

정부는 이미 연초부터 농·축·수산물 할인에 역대 최대 수준인 840억원의 예산을 배정한 바 있다. 설 연휴 이후에도 과일 등의 가격이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자 3월까지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239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꾸준히 투입된 할인예산은 이미 올해 관련부처에 배정된 금액의 절반을 훌쩍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반복되는 할인 지원이 얼마나 물가 안정에 영향을 줄지는 불분명함에도 연초 해당 예산이 빠르게 소진되는 모양새다.

다만 기재부 측은 부처별 예비비와 전용 예산까지 고려한다면 추경(추가경정예산)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는 총선 후가 더 불안할 가능성이 높다. 여러가지 변수가 있어서다. 2월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전년동월대비 4.9%, 공공서비스 물가는 2.0% 오르는데 그치긴 했지만 정부가 4월 총선을 의식해 공공요금 인상을 눌러온 터라 총선 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원자잿값 인상 등 물가 상승 압력이 누적된 탓에 이미 1월 일부 지자체의 시내버스·도시철도 등 대중교통 요금과 외래·입원진료비 등 병원비 등이 올랐다.

여기에 유가도 복병이다. 최근 국제유가는 산유국들의 감산 연장과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공급 쪽 이슈가 주시되며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에서는 올해 원유 가격으로 배럴당 80달러대를 예측하는 반면, 해외에서는 1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미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경유 판매 가격은 5주 연속 상승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유가가 급등하지 않는다면 낮은 내수 압력 등으로 추세적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물가 전망 경로상 지정학적 리스크(위험) 전개 양상, 국내외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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