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저출산으로 수십 년 뒤 우리나라 인구구조는 역 피라미드 형태를 띠게 될 전망이다. 노동시장에도 대격변이 찾아오는데, 2033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세로 전환하고 2065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층이 생산가능인구의 절반을 넘어선다. 일할 청년이 점점 사라진다는 의미다.
이처럼 급감하는 청년 생산가능인구를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나왔다. 노인과 청년은 노동시장에서 쓰임새가 달라 대체가 어려운데, AI가 그 간극을 메우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이 공동으로 개최한 노동시장 세미나에서 김지연 KDI 동향총괄은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양적으로는 청년층 인구 감소 영향을 완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서도 "질적 측면에서는 연령별로 상당한 수준의 직무 분리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분석에 따르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분석(analytical)·사회(social) 직무의 비중이 낮고, 반복(routine)·신체(manual) 직무 비중이 높은 일자리에 종사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실업 후 재취업하는 과정에서 기존 일자리와 상이한 직무로 안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청년층의 경우 반대로 분석 직무와 사회 직무, 서비스(service) 직무 등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다. 이 때문에 청년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해당 직무 분야에서 인력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AI 기술이 발전하고 실제 기업 현장에 도입되는 비율이 늘어나면 이같은 빈자리가 어느 정도 채워질 수 있다는 관점도 있다. 한요셉 KDI 노동시장연구팀장은 '인공지능 기술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발제에서 "인공지능 기술 도입 및 영향률 확대로 청년층이나 대졸 이상 집단에 대한 노동수요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고 했다. 특히 영업직과 판매직, 서비스직, 사무직 등의 중간숙련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AI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드는 측면을 마냥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저출산에 시달리는 노동시장의 빈 일자리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다만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고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균형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한 팀장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급격히 진행되는 고령화는 인력난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데, AI가 반대로 노동 수요를 대체하면서 상쇄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총괄도 "로봇이 서비스직 등의 직접 노동수요를 대체할 수도 있고, AI가 고령층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분석 직무 등의 문턱을 낮춰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최상현기자 hyun@dt.co.kr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 노동시장연구팀장이 5일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한국은행-KDI 노동시장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KDI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