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배 마스턴투자운용 전무
회계사 출신… 2010년부터 투자 운용 시작
국내 부동산 펀드 시장 성장 가능성 높아
부동산서 '입지·임대료·자체 성능' 중요
강남 에이프로스퀘어 투자 등으로 '대박'
투자에선 '신뢰'가 필수… 장기근속 강조

"개인적으로는 지금이 오피스 부동산의 저점이라고 생각해요. 가격 조정이 이뤄졌고, 속도에 대한 이견은 있지만 금리의 방향성도 정해졌습니다. 변수가 남아있긴 하지만 플라이트 투 퀄리티에 적합한 자산이라면 지금이 투자 적기입니다."

국내 부동산펀드 전문가로 꼽히는 박경배(46·사진) 마스턴투자운용 투자운용3본부장(전무)은 우리나라 부동산 펀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2000년대 초반 부동산 간접투자 태동기를 거쳐 2010년대 본격적으로 성장한 이후 이제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아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회계사 출신인 박 전무는 회계법인에서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 2010년부터 상업용 부동산 투자 운용을 시작했다. "직업을 고민하다 회계법인이 사회 초년생으로서 갖춰야 할 직업적 소양을 충분히 배울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기간 내에 모든 업무의 기본이고 결과치인 숫자에 익숙해질 수 있고, 낮은 연차에 책임자로서 리더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도 후배들에게 회계사 공부를 추천합니다. 다른 직군에서 배울 수 없는 기본을 쌓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부동산 간접투자에 관심을 가진 것은 회계법인에서 우연히 맡게 된 부동산 관련 자문때문이었다. "간접투자 상품 자체에 매력을 느껴서 회계법인 내에서 부동산 관련 자문 부서로 자리를 옮겼고, 코람코자산신탁 리츠사업부를 거쳐 마스턴투자운용으로 합류하게 됐습니다."

그가 마스턴투자운용에서 투자한 상품 중 가장 큰 규모는 '판교알파리움타워'다. 2022년 상반기 1조1000억원 규모의 빌딩에 투자했다. 그는 "중위험(밸류애드) 중심이었던 제 포트폴리오를 저위험(코어) 자산으로 확대하게 된 계기"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침체기로 평가받던 시기에 이런 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던 계기를 묻자 그는 '분석'을 강조했다. "저는 기본적으로 투자를 검토할 때 직원들과 시장 데이터 및 인수 자산의 장단점에 대한 토론을 많이 해요. 부동산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입지와 임대료 추이, 수요와 공급, 부동산 자체의 퀄리티입니다."

판교알파리움에서 주목한 것은 주변 건물과의 임대료 차이였다. "판교역 주변에 큰 건물이 6개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가장 좋은 자산(프라임급)과 아래 등급(A급) 자산은 임대료가 20~30% 차이납니다. 그런데 판교는 오피스가 한번에 공급됐고, 큰 건물의 경우 초기에 대기업이 장기임대로 들어간 경우가 많았어요. 시장에서 임대료가 형성되기 전에 낮은 가격으로 공급되다 보니 등급이 낮은 건물과 임대료 차이가 크지 않았고, 일정 시점이 지나면 다른 권역과 비슷하게 임대료의 차별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투자했습니다."

그는 실제로 지난해부터 판교 지역 건물의 임대료 차별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측보다 더 빠른 시기로, 박 전무는 예상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신했다.

지금 가장 주목하고 있는 권역으로는 성수를 꼽았다. "우리나라의 오피스 수요는 2호선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요. 아직까지 성수를 강남 권역의 파생 수요라고 보는 시각이 있지만, 이미 80만평의 지식산업센터가 공급됐어요. 향후 5년이면 독립된 권역으로 성장할거라고 봅니다."

오피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높게 평가했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오피스 시장이 회복되지 않고 있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여전히 낮은 공실률을 유지하고 있어요. 외국은 메인 도시가 넓은 만큼 투자가 분산되지만 우리나라는 권역이 한정돼 있죠. 왜 가격 조정이 더딘가에 대한 의견이 많은데, 매매가격은 10% 내렸지만 임대료는 30% 가까이 오른 것을 보면 이미 가격 조정은 충분히 됐다고 생각합니다 . 국내 오피스의 1인당 점유면적이 3평 수준인데, 글로벌 평균인 5평 수준까지 올라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고 확장될 것이라고 봅니다."

박 전무가 투자한 상품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던 곳은 강남 '에이프로스퀘어'였다. 2019년에 투자해 2022년에 매각한 이 빌딩은 내부수익률(IRR) 28%, 멀티플로 보면 2.1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그는 "이 빌딩이 위치한 신논현역에 신분당선 개통이 예정돼 있었어요. 당시 강남 권역의 공실률이 8%에서 5~6%로 낮아지던 시점이었고요. 결국 이 권역 자체가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봤죠"라며 "제 기억으로 당시 3.3㎡당 2500만원 수준에 매입했는데, 단순히 보면 단위면적당 금액이 경쟁력 있는 금액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강남역 리테일 상권이 시작되는 위치라는 이점을 바탕으로 리테일과 오피스를 구분하면 오피스 평단가는 상당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투자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신뢰'를 위해서는 부서원의 장기 근속을 강조했다. 박 전무는 운용업에서도 결국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했다. 전 직장에서부터 함께 했던 동료들이 지금도 마스턴에서 대표, 본부장 등으로 함께 근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전무가 이끄는 투자운용3본부는 부동산 운용업계 내에서도 퇴사율이 가장 낮은 곳 중 하나다. "저희가 운용하는 부동산펀드는 기본적으로 장기 투자상품입니다.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운용해야 하는 펀드 속성상 검증된 펀드매니저가 투자자에게 제안했던 상품을 꾸준히 운용하며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 신뢰를 얻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부서원들의 장기 근속을 위해서는 회사의 성과시스템도 중요하다고 했다. "당연히 저도 좋은 리더십을 보여야겠지만, 성과를 보인 직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성과시스템이 꼭 필요합니다. 좋은 커리어가 있는데 합당한 보상이 없으면 당연히 이탈할 가능성이 높은 거고요."

마지막 목표로는 마스턴을 대표하는 '플래그십 펀드'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누군가가 어떤 펀드를 운용하고 있냐고 물었을 때 '이 펀드입니다'라고 대답하면 상대방이 바로 '나도 투자자로 참여하고 싶습니다'라는 말을 듣는 것이 저의 꿈이에요."

그는 "외국 운용사들을 만나면 우리를 대표하는 펀드는 뭐고, 벌써 10번째 시리즈가 나왔다, 대표 펀드매니저는 누구이고 투자 수익률은 얼마를 달성했다고 설명합니다. 대표 펀드의 성과가 좋으면 다음 시리즈를 만들 때 기존 수익자가 재참여하고 신규 투자자가 참여하면서 규모가 계속 커집니다. 펀드 규모가 커지면 바잉 파워도 강해지는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각 운용사가 내세울 만한 플래그십 펀드가 없습니다. 신뢰가 쌓이면서 누구나 믿고 맡길 수 있는 펀드를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전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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