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공장서 올해 첫 양산 가격·전력 효율 경쟁력 자신감 미국·유럽 등 글로벌시장 노크
신동주 모빌린트 대표가 'MWC 2024'에서 꾸린 전시 부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나인 기자
깜짝 등장한 챗GPT가 AI 광풍을 불러 일으키기 전부터 10년 이상 AI를 파고들어 세계에 통하는 기술을 다듬어가는 기술벤처들이 있다. 빅테크가 경쟁에서 앞서가지만 반도체부터 인프라,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K-스타트업과 기술벤처에도 AI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다. 출발부터 글로벌을 보고 AI기술을 파고들어 해외 시장에 도전하는 두 기업을 만났다.
모빌린트가 MWC 부스에 시연한 라이브 데모. 김나인 기자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보다 4배 이상 우수한 전력·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에서 AI 반도체 성공사례를 만들어 내겠습니다."
신동주 모빌린트 대표는 지난달 26~29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24'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팹리스 스타트업인 모빌린트는 엣지향 AI반도체(NPU)와 SW(소프트웨어) 풀스택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 AI반도체 양산을 앞두고 처음 MWC를 찾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코트라가 연 '통합한국관'에 전시를 꾸리고 글로벌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했다. 모빌린트는 MWC 전시에서 라이브 데모로 주목을 받았다. 30개의 AI 모델을 하나의 칩에서 실시간 구동하는 시연으, 초당 2000장 이상의 AI 이미지를 처리한다. 부스에는 코오롱, 델, 소프트뱅크 등의 기업들이 찾았다.
올해 MWC의 화두는 단연 AI였다. 모바일과 컴퓨팅에 AI가 스며들면서 인터넷 연결 없이 기기 자체에서 AI를 구현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 AI' 개화도 알렸다. 모빌린트는 처음부터 기기에서 작동하는 온디바이스 AI와 기업들이 외부 연결 없이 구축한 온프레미스 AI를 공략했다. 엔비디아가 독점하고 있는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과 높은 성능으로 틈새시장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1월 교보증권, 유니온투자파트너스, 대성창업투자 등으로부터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해 누적 투자금 규모가 300억원으로 늘어난 만큼 반도체 양산에 집중할 계획이다.
모빌린트는 로봇이나 온프레미스AI에 탑재되는 첫 AI반도체 '에리스(ARIES)'를 삼성전자 파운드리 14나노 공정에서 양산해 내년부터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에리스의 연산 성능은 80TOPS(최대 초당 80조번 연산)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올 2분기에는 CCTV나 드론 같은 소형 기기를 타깃으로 한 반도체 시제품을 내놓고 내년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신 대표는 "스마트팩토리, 로봇, 스마트시티, 스마트팜 등에서 AI 제품이나 서비스를 보유한 기업 고객에게 NPU와 소프트웨어 SDK(소프트웨어 개발키트)를 제공해 고객사들이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더 높은 성능과 효율적인 전력 효율을 달성하도록 돕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신동주 모빌린트 대표가 'MWC 2024'에서 꾸린 전시 부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나인 기자
신 대표는 CPU(중앙처리장치)나 GPU 같은 시장은 기술 격차가 크지만, NPU에서는 기회가 있다고 봤다. 특히 엔비디아나 인텔처럼 B2B(기업간거래) 비즈니스로 AI 반도체가 성공한 사례가 전무한 상황에서 성과를 내면 이들 기업의 독주체제를 깨고 후발기업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자신했다. 반도체 양산 후 미국, 유럽, 일본, 중동 등 글로벌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온디바이스 AI야말로 경쟁력 있는 AI 반도체가 개발됐을 때 가장 유의미한 성과가 기대되는 분야"며 "독점을 좋아하는 고객은 없다. 충분히 경쟁력 있는 성능으로 엔비디아나 인텔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우리의 강점"이라고 자신했다.
신 대표는 2019년 4월 '움직이는 AI 구현을 위한 반도체를 만들겠다'는 의미로 사명을 짓고 모빌린트를 설립했다. KAIST에서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한 신 대표는 AI가 뜨기 전 AI반도체의 가능성을 봤다.
그는 "2014년 대학원 시절 처음 AI반도체에 관심을 가졌다. 당시 세계적으로도 극히 소수 그룹만 다루던 AI 반도체 연구를 일찍 시작해 연구개발하다 졸업 후 2019년 창업해 만 5년이 됐다"며 "R&D에 전념하다 보니 5년이 훌쩍 지나갔다. 칩 양산과 시장 판매라는 두 가지의 산을 잘 준비해 넘겠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반도체 양산은 비용도 많이 들고 힘든 분야인 만큼 정부가 엄격한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경쟁력을 평가한 후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되면 전폭적인 지원을 했으면 한다"라며 "HW 아키텍처뿐 아니라 컴파일러 SW 알고리즘 등 다양한 엔지니어들이 필요한 만큼 각 분야의 훌륭한 기술 인재 확보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