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파트너스 "전체 발행주 18.4%
시총 3조 이상 기업 중 최고수준"

'조카의 난'으로 또 다시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금호석유화학이 이달 주주총회서 표 대결을 앞두고 '자사주 소각' 요구가 한층 거세졌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씨가 요구하는 자사주 소각은 해외 자문사들도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하지만 금호석화는 이에 대응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게 중론이어서 표 대결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스페셜시츄에이션 본부장은 5일 여의도 ICF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호석화는 자사주 비중이 전체 발행주식의 18.4%"라며 "이는 시가총액 3조원 이상 상장사 기준 전체 3위, 배당가능이익 자사주 취득 범위로는 1위다. 상장사 중 금액이나 비중 면에서 압도적"이라고 밝혔다. 차파트너스는 이달 금호석화 주총을 앞두고 박씨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았으며, 박씨는 지분 9.1%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이 중 자사주 소각은 이번 주총의 핵심 안건으로 꼽힌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자금이 필요할 때 이를 팔아 재원을 확보하거나, 경영권 공격을 받을 경우 우호세력을 확보하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금호석화는 미래 재원 확보에 대비해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지만, 박씨 측은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며 주주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사주를 매각하게 되면 박 회장의 경영권 방어책이 그만큼 약해지는 셈이다.

이날 차파트너스는 글로벌 자문사 ISS 발표와 2019년 금호석화 보유 지분을 처분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사례를 제시하며 자사주 소각 요구를 강하게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미소각 자사주는 총수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제3자에게 처분 또는 매각될 수 있다는 우려로 시장에서 주주환원으로 인정되지 않고 주가 저평가를 유발한다"며 "지배주주가 우호지분을 늘리기 위해서는 주가가 낮을수록 유리해, 자사주를 많이 보유하면 지배주주가 주가 상승을 억제할 유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ISS는 과거 금호석화 리포트에서 어떤 기준으로 봐도 엄청나게 많은 양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에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보였다"며 "블랙록은 2018년 금호석화 지분 10% 이상 보유했지만 자사주 소각 요구를 박 회장이 거절하면서 지분을 축소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금호석화 지분율을 보면 박찬구 회장 측이 15.89%, 박씨 측이 10.87%의 세력으로 분류된다. 국민연금(9.2%)을 제외한 소액주주 비중은 60%가량으로, 이 가운데 외국인 지분율은 20% 안팎이다. 외국계 투자자들이 ISS 등 해외 자문사의 의견을 주로 따르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은 박씨 측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최근 주가도 이를 방증한다. 금호석화 주가는 1년 전인 작년 3월초 16만2700원에서 지난 14일엔 13만6100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15일 박씨가 입장문을 발표한 다음날인 16일엔 9.4%가 오르는 등 17일 16만1500원까지 올랐다.

이와 관련해 금호석화 측은 이번 주총에서 새 주주환원책을 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석화 실적이 최근 2년 연속 급감하는 등 강도 높은 주주환원책을 내기 버거운 상황이라는 점에서 마땅한 대응카드가 없지 않냐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금호석화는 아직 주총 공고를 하지 않은 상태도, 주총일 2주 전까지 내야 한다.

다만 사외이사 선임과 별도로 자사주 소각과 관련한 정관변경 안건은 국내 주총서 가결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표 대결 향방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금융투자(IB)업계 한 관계자는 "정관 변경의 경우 대주주 지분이 많은 만큼 표 대결까지 간 적은 많지만 가결된 사례는 거의 없다"면서도 "박 회장측이 제시할 카드로는 주주환원 상향 등 예상가능 범위 외 마땅치 않아 보인다. 추후 (주주제시안 등이)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차파트너스는 이번 주총 의안으로 자사주 소각과 그에 관한 정관 변경,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등을 주주제안해 놓은 상태다. 감사위원 후보로는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김경호 KB금융 이사회 의장을 추천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박찬구(왼쪽)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조카인 박철완씨. 금호석화 제공
박찬구(왼쪽)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조카인 박철완씨. 금호석화 제공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스페셜시츄에이션 본부장은 5일 여의도 ICF에서 가진 '금호석유 주주제안 프레젠테이션'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장우진 기자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스페셜시츄에이션 본부장은 5일 여의도 ICF에서 가진 '금호석유 주주제안 프레젠테이션'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장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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